11일 한국개발연구원 '10월 경제동향'
"반도체 회복되며 제조업 부진 완화"
"반도체 회복되며 제조업 부진 완화"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과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에 이어 '대외 불확실성'을 언급했으나, 경제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경기 회복 흐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KDI는 11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생산이 일부 회복되면서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외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KDI는 미국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가 확산하면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해 경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평가에서 전달에 이어 여전히 '대외 불확실성'을 거론했지만,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표현을 두 달 연속 사용하며 회복세를 부각했다. KDI는 '9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면서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 바 있다. 앞서 KDI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 부진' 평가를 내렸다. 7월에는 '경기가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며 다소 개선된 평가를 한 뒤 8월에는 '경기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9월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늘어 '경기 부진 완화' 표현을 '수출 부진 완화'로 바꿨지만, 이달 다시 '경기 부진 완화' 문구로 되돌렸다. 그간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혔던 제조업 부문이 반도체와 함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8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2.2% 늘었다. 2.2% 증가는 2021년 1월(2.3%)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 증가다. 이중 제조업 8월 평균가동률은 73.4%로 지난달(70.0%)과 비교했을 때 부진을 크게 떨쳐낸 모습이다. 특히 제조업 핵심인 반도체(13.5%)와 자동차(7.9%)를 중심으로 가동률이 전월 대비 크게 상승했다. 지난 7월까지 지속해서 감소세를 겪던 반도체 생산도 8월에 13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에서 8월 기준 8.3% 증가로 돌아섰다. 일평균 반도체 수출물량지수 역시 7월 4.0%에서 8월 22.5%로 대폭 상승했다. 9월 수출은 전년보다 -4.4%로 감소, 8월(-8.3%) 대비 감소 폭을 줄이고 있다. 제조업에서 생산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되고, 평균가동률이 반등하는 등 부진 완화를 시사하는 신호가 점증하고 있다는 게 KDI 설명이다. 다만 KDI는 우리 경제 회복을 제약할 수 있는 대외 불확실성 상존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우선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를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가 확산함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하면서 경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는 가계 및 기업부채 확대를 부추겨 투자와 소비 등 경제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 아울러 주요 산유국 원유 감산 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7% 뛰어오르며 근 5개월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 물가 안정을 주도한 요인이 유가 하락세라는 것을 감안할 때 유가 불안이 다시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유가 급등을 더 부추기면서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이에 KDI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고물가 우려가 다시 확대되고, 주요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심리가 기준을 하회하거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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