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발 공급 리스크 유의해야”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 부족 우려가 높아지면서 천연가스 관련 펀드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올해 2월 이후 8개월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ETN 중 한 달 사이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대신 S&P 2X 천연가스 선물 ETN B’로 이 기간 22.81% 상승했다. 이 ETN은 NYMEX(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의 가격이 상승할 때 일간 상승률의 2배만큼 수익을 낸다.
다음으로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C’,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 등이 같은 기간 21%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8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11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메가와트시(MWh) 당 53.29유로로 전일(11일) 대비 14% 급등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지표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1메가와트시(MWh)당 53유로까지 상승했다. 지난 3월 이후 최고가로 전날 종가보다 15% 이상 급등한 값이다.
천연가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변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주요 산유국은 아니지만, 이란 등 주변 주요 산유국으로의 확전 가능성과 이스라엘 가스전 가동 중단, 핀란드 가스관 파손 등이 복합적으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세를 불러온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해안의 대형 가스 생산시설인 타마르 가스전의 가동중단을 셰브론에 명령했다. 타마르 가스전은 미국 에너지 대기업 셰브론이 운영한다. 셰브론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타마르 해상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일일 생산량은 710만~850만 입방미터에 달한다. 이 중 약 3분의 1 가량은 가스관을 통해 이집트를 거쳐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들의 가스 저장 시설은 용량이 거의 찬 상태로 당장 가스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러시아가 유럽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닫은 뒤에도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훨씬 저렴한 상태다.
다만 최근 가스관 파손과 같은 사건을 통해 러시아 가스 공급이 거의 끊긴 유럽이 여전히 수입 에너지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평년보다 추운 겨울이나 기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경우 가스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
핀란드 가스공급사인 가스그리드는 지난 8일 가스누출을 감지한 후 발틱커넥터로 알려진 이 수송라인을 폐쇄했다. 핀란드 정부는 누출이 “정상적인 전송 과정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혀 누군가가 특정 목적을 갖고 훼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스관 수리에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이외에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간 통신 링크의 손상도 감지됐다.
에드워드 가드너 캐피털이코노믹스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공급 감소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지만, 더 중요한 건 공급 리스크”라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지역 내 분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걱정이다”고 전했다.
한편 중동 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할 경우 한국의 무역 수지가 악화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5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의 생산 비용은 0.67% 상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있는 인텔 CPU 공장을 비롯한 첨단 분야 기업 운영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