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핵 수단 상시 출몰···선제 타격 기정사실화"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데 이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공군의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전략폭격기도 서울 상공을 날았다. 미 전략자산이 연일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북한의 반발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던 레이건함은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한 함정 상호 방문과 친선 체육활동 등을 마치고 전날 출항했다. 레이건함은 지난 9∼10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진행된 한미일 해양차단 및 대(對)해적훈련에 참여한 뒤 부산을 찾았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이 항모는 길이 332.8m, 폭 77.8m 규모이며, 비행갑판의 면적은 축구장의 3배 크기다. 특히 FA-18(슈퍼호넷), F-35C 전투기 등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승조원도 6000여 명에 달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5일 한미 연합방위 태세 강화를 위한 양국 협력 현황 확인차 레이건함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고도화·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레이건함 방문은 한반도 안보 등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 간 물 샐 틈 없는 안보협력을 강력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건함이 떠난 자리는 곧장 B-52 폭격기가 채운다. 군에 따르면 B-52는 이날 청주공항에 착륙했다. B-52는 이날 열리는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아덱스 2023'에 모습을 드러냈다.
B-52는 B-1B '랜서', B-2 '스피릿'과 함께 미 공군의 대표적인 전략폭격기다. B-52는 그동안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의 연합 훈련에 참여한 적은 많지만,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미군 전략자산이 연신 한반도를 찾는 것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열중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평가한다. 미군의 군사 전력이 국내에 들어옴으로써 한미동맹 건재를 과시함은 물론, 강력한 확장억제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8월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3국 정상회의를 가진 후 상호 안보협력 강화 의지를 내보이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각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예민 반응하고 있는데, 이번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진입을 기점으로 한미에 대한 비난 수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동명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명의로 글을 내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맹비난했다.
김 연구사는 "미국은 조선반도에 각종 핵타격 수단들을 상시 출몰시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주변 나라들에 대한 핵선제 타격을 기정사실화한 대규모 단독 및 연합 훈련들을 뻔질나게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도발책동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 행성은 비핵지대가 아니라 열핵지대로,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전쟁과 대결의 나락에로 더더욱 바투 다가서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