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해 수백여 명의 사상자가 생긴 가운데,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던 미국 역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중동 내 평화 정착을 임기 내 주요 공약으로 삼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역시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에서 진행한 선거유세를 통해 "미국은 가자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테러에서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계속 확인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난민촌 공습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이스라엘의 방위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민간인 보호를 우선하는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적과 상관 없이 모두가 '비극'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질 석방 등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 일시중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당장 휴전을 촉구해야 한다"는 청중의 발언에 대해 휴전 반대를 명확히 하며 "인질을 석방할 시간을 위한 일시중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한 미국 정부는 하마스에게 재정비 시간을 줄 뿐이라는 이유로 휴전을 반대해왔다. 다만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지원과 민간인 대피 등의 인도주의적인 목적을 위한 일시적 교전 중지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교전 일시중지를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났고, 이집트 라파 국경을 통한 민간인 대피가 가능하도록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역시 설득했다며 자신의 노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그는 "처음부터 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다"며 "(이·팔 전쟁의) 실체는 하마스가 테러단체라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다르게 국제사회는 민간인 폭격을 가한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추세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여성과 아동 등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행위를 포함해 가자지구의 폭력 사태가 격화하고 있는 것에 경악했다"며 "민간인 살해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일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500명의 아랍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23~27일 실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17.4%만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0년 아랍계 미국인 59%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에 비해 42%p나 감소한 수치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년 전 대비 5%p가 증가한 40%의 아랍계 미국인이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이어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 13.7%, 무소속 코넬 웨스트 후보가 3.8%를 각각 기록했다. '모르겠다'는 25.1%였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 혐오증) 대응 전략을 개발해 수개월 이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아랍계 미국인들의 민심 이탈을 막고 급증하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증오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방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반유대주의 문제에 대한 의식 강화, 유대인 커뮤니티의 안전 제고, 반유대주의 차별 대응 방법 등을 포함한 반유대주의 대응 국가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