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지난해 연말 정치권과 군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실체가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군사법원과 달리 일반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어서 공판 진행부터 최종 선고까지 큰 관심을 끌 전망이다.9일 법원과 군검찰에 따르면 고등군사법원은 8일 사이버사령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모 전 심리전단장(3급 군무원)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했다. 이씨가 지난달 31일 정년 퇴직을 하면서 민간인 신분이 된 데 따른 조치다.형사소송법상 어떤 사건의 재판은 해당 범죄가 일어난 발생지(범죄지)나 피고인의 ‘주소·거소·현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이 맡게 돼 있는데, 국군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직할 부대로 국방부의 소재지는 서울 용산구이므로 서울서부지법 관할이다.그러나 군 검찰은 이 전 단장의 주소지 등을 감안해 관할 법원인 서울동부지법으로 사건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은 이 사건을 부패 사건 담당인 형사4단독 이규훈 판사(40)에게 배당됐다.피의자인 이모 전 단장은 지난해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 결과, 심리전단 요원들이 대선·총선에 관련된 각종 ‘정치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군검찰에 의해 지난달 31일 불구속 기소됐다.이 전 단장에게는 군 형법상 정치관여 및 형법상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각각 적용됐고, 함께 기소된 여타 요원 10명에게는 정치관여 혐의만 적용됐다. 앞서 이 전 단장은 부하 부대원을 ‘상관면전 모독죄’로 처벌해달라며 군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향후 법원 재판에서는 공소 사실의 입증과 함께 ‘윗선’의 존재, 대선 개입 의도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심리전단 요원들은 이 단장으로부터 지시된 모든 작전을 정상적인 임무로 인식하고 SNS(소셜네트워크),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총 28만6000여 건의 글을 게시했고, 이 가운데 정치 관련 글은 1만5000여 건으로 분류됐다. 정치관련 글 중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언급해 옹호하거나 비판한 것은 2100여건에 달했다.그러나 군 검찰은 이 전 단장의 직속 상관인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전 사이버사령관)과 옥도경 현 사령관의 지시나 국가정보원과의 연계는 없었고 정치적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했고, 결국 군 당국은 이 사건을 이 전 단장의 ‘개인적 일탈 행위’로 규정했다.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 공방이 한창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조직적으로 연계되어있는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정치권에서는 “철저한 상명하복 체계인 군 조직의 특성상 3급 군무원이 심리전단의 조직적인 정치 관여 행위를 지시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군 검찰당국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