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중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중진 험지 출마론'이 불러올 파장에 여야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진 험지 출마'가 여야 내부 특정 계파를 축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명분이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 위원장의 중진 험지 출마 제안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난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인 위원장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지역 어려운 곳에서의 출마 결단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험지 출마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영남이 지역구인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친윤석열계인 불리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 의원 등도 모두 해당된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비윤석열계 의원들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선 확률이 높은 지역이 영남권인 점을 고려할 때, 당선 확률이 희박한 수도권에 비윤계 의원들을 배치하고 영남권에는 친윤계 인사들을 새롭게 공천하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실제 비윤계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혁신안이 어떤 취지인지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정치인의 출마와 당선은 정치인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혁신위의 제안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도 "(혁신위 제안은) 당에서 정식적인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구체적인 혁신안 반영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도 여당의 '중진 험지 출마론'이 당내 비이재명계를 퇴출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회'도 '다선 의원 용퇴론' 등을 논의했지만,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을 크게 사며 혁신안에 담지 못했다. 현재 민주당 3선 이상 중진 중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많아, 비명계 퇴출 의도로 읽혀 '계파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인 위원장의 혁신안은) 수용 여부도 불투명하고, 기껏해야 또 다른 '친윤 낙하산'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면서 여당발 '중진 험지 출마론'이 당에 미칠 영향을 경계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마치 대단한 쇄신책인 양 호들갑을 떤다"며 "(국민의힘이) 국민의 매를 스스로 벌고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혁신안이 '대국민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