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셋값 고공행진에 갱신권 찾는 세입자들… 일시적 현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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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셋값 고공행진에 갱신권 찾는 세입자들… 일시적 현상일까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11.09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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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10월 전세계약 갱신권 사용 비중 상반기보다 높아
보증금 올린 '증액갱신'도 늘어… “갱신권 사용 지속 증가세”
사진은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전세시장에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 아파트 매매나 새로운 전세계약보다 전세 갱신에 대한 문의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선 역전세난을 우려했었는데 최근 흐름은 오히려 전셋값이 오르고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갱신권으로 2년 더 거주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며 전월세 재계약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비중이 상반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갱신계약을 하며 종전 계약보다 전세 보증금을 낮춘 감액갱신 비중은 줄고, 보증금을 올린 증액갱신의 비중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고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부동산R114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활용한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자료분석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10월 사이(하반기) 체결된 전세 계약 가운데 갱신권을 사용한 비율은 37.0%로 상반기(1~6월) 36.0%보다 1.0%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갱신권은 2년 계약 만기 후 5% 이하의 상승률로 한 차례 재계약을 요청할 수 있는 세입자의 권리를 말한다.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 갱신계약에서 종전보다 보증금을 올려준 경우(증액갱신)도 늘었다. 지난 6월 갱신 계약의 보증금 증액갱신 비율(부동산R114)은 39.2%였으나 올해 10월에는 48.8%로 9.6%p 커졌다. 반면 감액갱신 비율은 46.5%에서 39.7%로 6.8%p 줄었다. 이 중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에도 지난 6월 18.8%였던 증액갱신 비율이 올해 10월에는 24.8%로 6.0%p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감액갱신 비율은 69.8%에서 64.3%로 5.5%p 줄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여파로 아파트 매매 시장의 숨고르기 국면 속에서 전세 가격이 오른 지역에서 갱신권 사용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역전세난 파장도 당초 우려에 비해 잦아들면서 증액갱신 사례가 늘었다”며 “특히 아파트 가격이 2년 전에 비해 빨리 회복한 곳의 전세 가격도 함께 올랐기 때문에 이런 곳들 위주로 갱신권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 전세 불안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기본적으로 전세나 월세의 임대가격은 매매가격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며 “예전 가격과 비교해서 전세가격이 더 크게 상승한 지역일수록 갱신권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세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갱신권 사용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고 견해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내년에도 수요도가 높은 신축아파트 입주물량이 부족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월세부담 증대 등으로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임차인들이 갱신권을 사용하는 비율은 늘어날 전망”이라며 “세입자의 경우 지역에 따라 전세 가격 상승폭도 다르기 때문에 갱신권 사용과 지역 이동을 놓고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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