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자국민 학살자 도덕 강의 거부한다"
유럽 곳곳에서는 시위…런던 30만여 명 모여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11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회의에서 이슬람권 국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의 이스라엘 책임을 강조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이날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에게는 국제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석방을 중재해 온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도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언제까지 이스라엘을 국제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두고 볼 것이냐"며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 책임에 대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휴전이 어떤 제한이나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즉각 지속 가능한 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정상이 관계 개선 이후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이기도 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2016년 사우디가 님르 알님르를 포함한 시아파 유력 성직자들을 테러 혐의로 사형시키며 외교를 단절한 바 있다. 양국은 7년 만인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외교관계를 정상화했고, OIC 회의에서 처음으로 정상 간 면담이 이뤄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가자에서의 전쟁을 반대한다"며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봉쇄를 끝내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슬람권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석유 판매를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의 무장 지원을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같은 날 이슬람권 국가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PA 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둘 수 없다며 사실상 휴전을 거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OIC 회의의 요구에 대해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학살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도덕 강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인도적인 차원의 팔레스타인 지원은 가능하지만, 동시에 가자지구의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가자지구의 PA 통치 필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면) 당국이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죽이도록 교육할 것"이라며 "(10월 7일 하마스의) 끔찍한 학살이 벌어져도 이를 비판하지 않는 당국의 지도자(PA)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전쟁 강행 기조에 이슬람권 국가 외에도 전 세계적인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날 유럽에서는 반이스라엘 시위가 곳곳에서 열렸다.
영국의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경찰 추산 30여만 명, 주최 측 추산 80여만 명 규모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렸다.
이외에도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독일 베를린과 뮌헨, 스페인 바로셀리나 등지에서도 수천여 명 규모의 휴전 촉구 시위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