琴 "이준석, 같은 길 가겠다면 같이 갈 수밖에"
양향자·비명계·정의당 일부 합류도 변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12월 신당 창당이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 구상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등의 연대가 핵심이다. 다만 '원칙 없는 연대'는 도리어 지지층 결집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과 함께 합류 세력의 범위가 '빅텐트' 성공의 관건이라는 분석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금 전 의원과 1시간 남짓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신당 창당의 연대를 염두 한 만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두 사람이 사실상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눴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번 회동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선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전 위원장도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 역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표를 "대화가 되는 분"이라고 평가하며 "이 전 대표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같은 길을 가겠다고 하면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제3지대 빅텐트 구상에 힘을 실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2일 KBS 인터뷰에서 "(당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많이 약해진 상태"라며,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50%에서 하루마다 가능성이 올라간다. 오늘이 한 59%쯤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11일 이 전 대표가 측근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불러 모아 회동을 가진 직후에 나왔다. 이 전 대표의 '결심'이 머지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3지대 빅텐트'를 둘러싼 인적 구성의 윤곽이 조금씩 명확해지면서 추가로 빅텐트에 참여할 세력이 누가될지에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뼈대는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이 되겠지만, 거대 양당에 실망한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대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위원장도 "두 사람(이준석·금태섭)뿐 아니라 또 다른 사람들도 동조해서 규합하지 않을까 본다"며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3지대가 세력 규합에 성공할 시 내년 총선에서 40~50석을 석권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세력은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이다. 양당 정치 혁파를 내세우며 지난 8월 창당한 한국의희망은 지금껏 제3지대 세력 태동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이 추구하는 가치도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실용·합리주의로 평가받아 다른 제3지대 세력과 융화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금 전 의원과의 좋은 관계도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8월28일 한국의희망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정치를 바꾸겠다는 그런 길을 옆에서 걷다 보면 한국의희망에 계신 동지들과 우리 새로운선택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함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며 연대를 염두에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시 양 의원은 "모든 정치적 어떤 일들을 연대하겠다는 말씀은 못 드리지만, 우리는 정치적 동반자라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정책 연대가 필요한 부분이라든지, 또 함께해야 할 일들이 있으면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집단행동'을 예고한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비명계)의 행보도 변수다. 이 전 대표는 10월 중순 경 대표적 비명계 인사인 이상민 의원과 만나 현 정국에 대한 견해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온 당내 대표적 소신파로 꼽힌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중앙일보'에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나 말고도 만난 (비명계) 의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이 전 대표가 더 큰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당 세력하고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 의원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에 "이 의원이 지금 민주당 안에서는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있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할 말 하는 소신파 정도로 비칠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이 전 대표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이 주축인 정의당 내 계파 '세번째권력' 등도 합류 후보군으로 꼽는다. 이들은 현재 정의당 지도부 등 주류와 강한 마찰을 빚으며 총선 전 세력 분리를 예고한 상태다.
다만 정치권은 이들 세력이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이 주축으로 있는 '제3지대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서로가 가진 지지층 성향에 차이가 큰 것은 물론, 추구하는 가치에도 거리가 있어 오히려 서로의 지지층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제3지대'를 지지하는 야권의 한 현역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 제3지대는 굳이 이념의 스펙트럼을 따질 필요는 없다"며 "대한민국을 중심에 두고 자기를 희생해서 진정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분이면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