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0만6000명 ‘원하는 일자리 없어서’ 취업 못 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들이 채용을 축소하면서, 청년 구직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학자금 상환 및 생활비 등 각종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 내몰리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졸자들이 등록금 대출을 갚지 못해 발생한 학자금 체납액이 4년 전과 대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청년들도 지난 5년간 400만명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 후 학자금 의무 상환 대상자는 29만1830명이다. 18만4975명이던 2018년과 비교해 57.8% 급증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는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연 300만 원 한도)를 대출해주고, 소득이 발생하면 갚아야 하는 제도다. 지난해 학자금 체납액은 4년 전(206억 원) 대비 2.7배 늘어난 552억 원이다. 체납 인원도 1만7145명에서 4만4216명으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세청은 대출자의 전년도 연간 소득 금액이 상환 기준을 초과하면 의무 상환 대상자로 정하고 회수를 시작한다. 즉 취업을 했어도 학자금 대출을 못 갚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갚아야 할 돈이 태산 같은 가운데,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취업자보다 많은 실정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청년(15세~29세 기준) 경제활동 참여 현황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청년은 466만8000명이다. 이는 취업자(403만5000명) 수보다 많으며 비경제활동률(50.5%)도 고용률(47.4%)을 상회했다. 특히 최근 5년(2018~2022)간 고용률은 40대였지만 비경제활동율은 모두 50%를 상회했으며, 같은 기간 비경제활동인구 또한 400만명을 넘겼다.
현재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청년 중 대부분은 취업 의사가 있는 상황이다. 1년 내 취업이나 창업 의사가 있고 구체적 활동을 할 계획이 있어 노동시장 참여가능성이 큰 청년들은 전체의 20% 내외 수준이다.
해당 청년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주요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만6000명의 청년들(27.8%)이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 쉬었다고 대답했으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몸이 좋지 않아 쉰다’는 9만명(23.6%)였다. ‘다음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은 7만5000명(19.5%)으로 그 다음을 이었다.
문제는 대졸자가 희망하는 사무직과 대기업의 채용 문턱은 점점 좁아지는데, 해당 기업에 대한 취업 수요는 늘어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물러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임금 근로를 희망하는 비경활 청년 10명 중 7명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사무종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만 해도 59만5000명의 청년들이 두 직군을 희망하고 있는데, 서비스직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11만명에 불과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복지 격차가 커지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 침체 기조가 장기화 되며 대기업계가 채용을 대폭 줄인 만큼, 청년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개사 중 6개사 이상(64.6%)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내년에는 취업자 증가 폭이 축소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경기 침체로 인한 내수 둔화로 기업들의 경영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KDI 측은 “내년 취업자 수는 올해 32만명보다 축소된 21만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2.7%에서 3%로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