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보호 후 재활 사업 연계로 '회복 실패' 방지
전문가 "수준에 따른 다양한 치료 인프라 필요"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1대 국회가 개원 4년 차를 맞아 여러 현안 법안을 발의하고 개정·보완하는 큰 역할을 해왔지만, 반대로 잦은 정쟁과 파행으로 민생 입법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기대와 성원에 걸맞은 유능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은 늘 의심해 왔다.
이에 <매일일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에서는 '민생 국회'·'정책 국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21대 여야 의원들의 입법 활동 내역을 검증하고,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법안들을 골라 짚어보는 연중 기획 '나도 일한다'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최근 국내 마약범죄 및 관련 사범이 폭증하며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이에 유통 및 투약 범죄에 대한 단속 강화와 더불어 치료재활을 통한 마약류 중독자들의 사회 복귀 또한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인(간호사) 출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치료보호 종료 후 '재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마약류 중독자들이 재활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전문가는 법안의 좋은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치료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한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 의원은 지난 10일 치료보호 기간이 종료되는 마약류 중독자를 대상으로 재활 및 사회 복귀 지원 사업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치료보호 받은 사람의 동의를 얻어 재활프로그램 등 사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마약류 중독자 재활 지원법'을 대표 발의했다. 대상자의 재활을 도와 성공적 사회 복귀를 유도하고,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키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마약에 잠식됐다. 대검찰청이 지난 7월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2018년(1만2163명) 대비 45.8% 증가한 1만8395명으로 집계됐다. 마약 압수량 또한 2018년 415kg에서 2022년 804.5kg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며 폭증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마약 범죄가 축적된 결과다. 2012년 단속된 마약류 범죄는 9255건이었지만 2021년에는 1만6153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 사이 마약 청정국 판단 지표로 활용되는 '마약류 범죄 계수 20'도 2021년 31.2점을 기록해 관리 가능 수준인 20점을 훌쩍 넘어섰다. 대중은 지난 4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과 최근 '유명인 마약 투약 의혹 사건' 등을 보며 마약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 목격했다.
마약류 범죄의 증가는 곧 마약류 중독자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에 단속 및 처벌 강화와 함께 중독자의 치료재활도 중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치료재활을 통한 사회 복귀만이 중독자 방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치료보호'라는 개념이 있다. 치료보호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마약류 중독자의 마약류에 대한 정신적·신체적 의존성을 극복시키고 재발을 예방하여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입원 치료와 외래 통원 치료를 의미한다.
다만 이 치료보호 기간이 종료되면 중독자들은 마약의 유혹에 다시 노출된다. 현행법령에 따르면 치료보호기관은 치료보호 종료 후 1년 동안 매월 마약류 재사용 여부에 대해 검사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권고에 불과하다. 회복 중인 대상자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마약류 유혹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1년 내 마약 흡입·투약 재발률이 87.5%(국립법무병원)에 달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마약류 중독자 재활 지원법'은 회복자가 다시 마약을 찾는 상황을 일정 부분 막아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법안이 통과되면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은 치료보호 기간이 종료되는 마약류 중독자에게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프로그램 사업 또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독자 대상 재활 및 사회복귀 지원 사업을 필히 안내해야 한다. 아울러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재활 사업을 연계함으로써 '회복 실패'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연숙 의원실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약 관련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치료의 중요성도 커지게 됐고, 국회 차원에서도 처벌과 함께 치료재활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의원실은 "현재는 치료보호가 종료되면 '어떤 재활 프로그램이 있다'고 안내만 해주는 수준"이라며 "현장 전문가들도 보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게 쟁점이 될 부분이 없는 만큼 상임위 상정만 된다면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나 부족한 현장 인프라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법안이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중독 재활 전문가는 본지에 "환자의 욕구나 문제 수준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시설, 인프라가 있어야 국가나 기관에서 회복자에게 '어떤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전국 50개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입원 정신병동 외에 아무런 치료 시설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따라 재활 프로그램을 연계하려고 해도 연계할 시설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마약 중독 치료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