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기획:장혜영] "비혼출산지원법, 저출생 대책 아닌 여성 인권…가족 구성권 보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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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기획:장혜영] "비혼출산지원법, 저출생 대책 아닌 여성 인권…가족 구성권 보장 필요"
  • 이설아 기자
  • 승인 2023.11.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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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흐름 대응해야…혼인이 출산 전제조건 아냐"
"현실에 존재하는 사각지대에 제도적 뒷받침 필요"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장혜영 의원실 제공

21대 국회가 개원 4년 차를 맞아 여러 현안 법안을 발의하고 개정·보완하는 큰 역할을 해왔지만, 반대로 잦은 정쟁과 파행으로 민생 입법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기대와 성원에 걸맞은 유능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은 늘 의심해 왔다.

이에 <매일일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에서는 '민생 국회'·'정책 국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21대 여야 의원들의 입법 활동 내역을 검증하고,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법안들을 골라 짚어보는 연중 기획 '나도 일한다'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인구절벽' 우려로 노동력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6%에서 1.5%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출생의 원인이 한국의 경색된 제도에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으려면 결혼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에, "결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10대·20대가 많아지는 추세에서 출산 장려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혼외 출생 비율은 2022년 기준 63.8%로, 한국의 혼외 출생 비율은 2021년 기준 2.9%의 20배를 훨씬 상회한다.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 관계에서 아이를 낳고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이에 따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비혼 상태의 여성들도 원하는 형태의 임신·출산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내용의 '비혼출산지원법'(모자보건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장 의원은 지난 5월 사회 해소를 위해서는 비혼 출산의 법적 보호를 시작으로 인구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법률혼 관계인 부부의 난임 극복으로만 한정시킨 보조생식술(시험관 시술)을 '임신을 원하는 사람'으로 확대하고, 기존 난임전문상담센터를 임신 지원상담센터로 변경하는 등 여성의 임신·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비혼 출산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골자다.

장 의원은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혼출산지원법'이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는 법"이라고 정의했다. 이성 커플들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법적 상태에 불과한 혼인이 출산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관념이 이미 낡은 관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사람들의 생활이 이미 변화하고 있고 이미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다양한 출산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이 저출생을 걱정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의원은 비혼출산지원법이 "바람직하지 못한 비혼출산을 장려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법적 비혼 양육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들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비판은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실제 장 의원의 설명처럼 통계청이 지난 2020년 13살 이상 인구 3만8000명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에서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59.7%로, 첫 조사가 시작된 2012년 45.9%에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또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0.7%로, 2012년 22.4% 이후 계속 증가했다. 이러한 응답은 10~20대 등 젊은 층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장 의원은 "비혼출산지원법은 단순히 저출생만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아닌 여성 인권을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생이 문제인 것은 이제 사회적인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다"면서 "그런데 실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 차별 문제의 시정은 주로 일·가정 양립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고, 비혼 출산 등 출생 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아예 제도적인 보완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비혼출산지원법은 비혼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해소하는 차원의 법안이라는 것이다.

한편 '비혼출산지원법'은 장 의원이 발의한 '가족구성권 3법' 중 하나다. 가족구성권 3법은 '비혼출산지원법'을 포함해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과 '생활동반자법' 등으로 구성됐다. '혼인평등법'은 민법상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의 신고'로 이뤄지는 것으로, 또 '부부'와 '부모'의 정의에 동성 부부와 부모를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해 동성 사이에서도 법적인 부부 관계를 보장받을 수 있게끔 했다. '생활동반자법'은 성인 2명이 생활동반자 관계로 등록할 경우 가족으로서 누릴 수 있는 법적인 권리와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개인에게 보다 폭넓은 가족 선택권을 부여한다. 

장 의원은 이러한 '가족구성권 3법'을 통해 "현존하는 다양한 가족들을 제도적 지원으로부터 소외시키는 낡고 경직된 가족관념과 제도를 극복해야 한다"며 "가족구성권 3법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다양한 가족들에게 진작 주어졌어야 할 법적 권리와 사회적 지원을 보장할 것"이라고 법안 통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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