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원희룡 앞장섰지만···후속 참여는 난망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구에 출마할 뜻을 시사했다.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이후 당내에서 나온 사실상 첫 호응이다. 원 장관의 '험지 등판' 의지가 여당 중진 및 친윤계 의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원 장관이 밝힌 험지 출마 의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중진과 친윤계 의원들의 험지 출마 결단을 요청했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아 혁신위 동력이 퇴색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원 장관이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원 장관의 결단에 대해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21일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참 멋진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원 장관의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험지 출마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원 장관은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설이 돌고 있다.
원 장관의 '험지 결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후 국민의힘에서 나온 첫 동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지난달 7일 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현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갑 대신 수도권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도 하 의원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당 인사는 많았으나, 한 달이 넘도록 동참 움직임은 전무했다.
꺼져가던 '희생정신'에 원 장관이 다시 불을 붙이며 여당 내 추가적인 험지 출마 결단이 나올 거란 기대가 나온다. 인 위원장도 21일 원 장관의 행보에 대해 "혁신이 이제 행동으로 시작하는구나, 이렇게 저는 해석한다"며 후속 참여를 독려했다.
다만 원 장관의 행보만으로는 다른 중진 및 친윤계 의원들의 호응을 이끌기 어렵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이미 친윤계 핵심으로 평가받는 장제원 의원과 5선 중진 주호영 의원은 지역구 사수 의지를 천명했다. 김기현 대표도 험지 출마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지만, 현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에 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여당 중진 의원은 본지에 "다른 중진 의원들의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총선 직전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도박"이라며 "그 부담을 다들 알고 있을 텐데, 대의만으로는 어렵지 않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