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인터뷰…권지웅 민주당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장
"전세사기, 금전 피해 넘어 사회적 신뢰 저하시켜"
"세입자가 있는 그대로 잘 살 수 있는 정치 필요해"
"전세사기, 금전 피해 넘어 사회적 신뢰 저하시켜"
"세입자가 있는 그대로 잘 살 수 있는 정치 필요해"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국내 주택시장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증가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들까지 발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를 개소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수집·분석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 삶의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27일 <매일일보>는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 공동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종식 의원과 함께 공동센터장으로 임명된 권 센터장은 오랜 기간 시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활동가다. 대학 재학 시절 학내 기숙사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을 시작한 권 센터장은 지난 2020년 '집 없는 청년들과 함께'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정치인으로 전업했다. 이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민주당 비대위원 등을 거치며 정치적 역량을 키워오고 있다. 권 센터장은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단순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켰다"며 국가의 책임 방기를 지적했다. 또 "불평등이나 삶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정치가 너무 멀리 있다"며 정치권이 정무적 현안과 민생 문제 어느 한 쪽을 미루지 말고 동시에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다음은 권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민주당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가 개소한지 6개월가량이 지났다. 정부 차원에서 전세사기 문제를 대응하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별도의 센터를 만들게 된 까닭이 있나.
정부의 대책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잘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월 민주당이 '깡통전세 피해 세입자 증언대회·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토론회를 마친 직후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분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소리를 전해 듣게 됐다. 피해자분들을 포함해 모두가 그 자리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느끼게 됐고, 그때 피해자분들이 말씀하시길 정부에 피해자가 우리만 있지 않으니 다른 피해자를 연결해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이 피해자들을 연결해서 연대할 수 있게 해달라 요청하셨고, 제가 이러한 센터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당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논의가 시작되고 4월 당사 2층에 센터를 발족할 수 있게 됐다.-센터가 그동안 어떤 역할들을 해왔나.
전세사기 고충 접수를 하고 피해자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를 토대로 법 개정안을 마련하는데 공조하는 등의 일을 해왔다. 사실 센터가 인력 문제 등으로 상담 기능을 하기는 어려웠는데, 고충 접수를 하기 시작한 후 불과 2~3주 사이에 400~500여 건의 피해 사례가 들어왔고 지금은 1000여건이 넘는 사례가 쌓였다. 피해자분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말해 주시면 그걸 행정부에 전달해서 일부는 개선됐고 일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는 당에서 특별법 추진을 위한 '전세사기 근절 대책 및 보완입법 추진 특별위원회'를 꾸렸는데, 전세사기 대응을 위해서 국회 국토위원회뿐 아니라 다양한 위원회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출 관련해서는 정무위, 주택 관리 관련해서는 행안위 식으로 6개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특위를 꾸렸고,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제가 여기서 간사를 맡았다.-피해자분들께서 센터로 전달한 고충들 중 일부를 얘기한다면.
돌아가신 분들 얘기는 차마 너무 안타까워서 제외하겠다. 피해자분 중 어떤 분은 20대 후반 여성분이신데, 원래 외국에서 쭉 사셨다가 대한민국에 대한 고마움과 자부심이 있어서 한국에 와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고 하시더라. 장교로서 한국에 기여하고자 했는데, 그때 전세사기를 당한 것이다. 당시 전세사기가 급증하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께서 그건 개인의 문제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다. 분명 국가가 공인한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계약했고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심사를 진행했는데, 개인의 문제라니 이분이 너무 배신감이 드셨다. 전세사기가 경제적 피해만 준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또 어떤 20대 초반 분은 집을 구할 때 어머니와 같이 집을 구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머니가 와서 꼼꼼하게 같이 보고 집을 구했는데, 그 집이 전세사기 주택이었다. 신탁사기로 분류되는 전세사기였는데, 신탁계약서까지 받았지만 그 계약서 자체가 허위였기 때문에 어머니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너무 미안해하시고, 자식에게 돈을 구해줘야 하니 안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셨다. 본인도 그때 이후로 삶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피해구제 방안을 가만히 있다고 누가 알려주지 않으니까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정부 대책이 새로 나왔나, 내가 거기 해당하나 확인하고 조금 더 긴 시간이 나오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이러다 보니 자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더라. 전세사기를 직접 겪었거나 피해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부정적인 상태가 된다. 또 다른 어떤 분은 자기가 '부정충'이 됐다고 하더라. 누가 뭐 말을 하면 또 '얘 내 뒤통수치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는 것이다. 국가가 사람들의 삶을 응원해 줘야 할 텐데, 삶이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그걸 일으켜 세우기는커녕 '그건 미안한데 네가 잘못한 거야' 하면서 국가가 국가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들이 기억에 남는다.-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과제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는데, 정부 대책에서 어떤 점들이 더 보완돼야 하는가.
지금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정부 발표안은 전세사기당한 주택에 대해 피해자가 구매할 수 있게 하고, 구매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신 구매해서 공공임대로 전환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LH가 다가구주택은 구매를 안 하겠다고 하고, 다세대주택도 필로티(piloti·1층을 기둥으로 비워놓은 구조)면 안 사겠다고 했다. 원래 LH가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할 때 사업성을 고려하게끔 한 내부규정을 따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전세사기의 경우는 사업성을 떠나 피해자의 주거 안정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특히 대전에 약 2600여 명의 피해자가 있는데 이곳의 절대 다수는 다가구주택 거주자다. 이것을 과거 기준으로 해버리니 이분들에게는 지원 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이런 식으로 법이 있더라도 개선돼야 하는 것들이 많다.-최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센터 차원의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어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시위를 진행하는가.
피해자분들과 함께 1인 시위를 진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12월까지 전세사기 지원 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처음 만들어진 법이 한 달이 채 못된 상태로 논의돼 많이 부족한 법이었기 때문인데, 약속을 한 이후 그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단적으로 법을 개정할 의지가 있으면 자기 입장을 담은 개정안을 내야 하는데,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의 개정안 7건이 나온 와중에 국민의힘은 이를 반대만 하다 지난주가 돼서야 개정안을 냈다. 또 한 여당 의원이 특별법 제정 당시 피해 조사를 안해서 현황 파악이 안 되는데 어떻게 법을 만드냐고 발언했는데, 법을 만들어야 피해 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그런데 법이 6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도 아직까지 조사에 착수를 안 했고, 현황을 모르니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이제라도 이 문제에 전력을 다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일각에선 민주당도 민생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지도부 차원의 발언이 언론에 주로 보도되니 그렇게 인식된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세사기 문제의 경우만을 보아도 피해자 대책위가 만들어질 수 있게끔 돕고 전국에서 8번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피해자분들과 계속 소통하며 입법부에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어느 정당보다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비판 의식이 있는 분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지금 영장 기각 등이 이뤄졌기 때문에 민주당이 하려고 하는 일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서 그런 지적들이 수그러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전세사기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 중 하나가 서울 강서구다.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에 민주당의 관련 대책은 어땠는가.
보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중앙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강서에 전세사기 피해 조사를 진행하자고 논의했고, 실제로 피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래서 9000여 가구를 상대로 조사원들이 유인물을 뽑고 설문에 동참해달라고 돌아다녔다. 직접 문을 두드려서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 총 240명을 인터뷰 했다. 또 진교훈 당시 강서구청장 후보가 직접 와서 피해자분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전수조사 공약을 발표했다. 지금 전수조사는 시행 준비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보선에서 민주당이 저층 주거단지가 있는 동에서 크게 이기게 됐다. 20%p가 넘게 이겼는데, 일부는 재개발 공약 때문에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개발 공약은 상대 당(국민의힘)도 냈기 때문에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크게 이긴 것은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에 대한 마음들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본다. 실제로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외에 다른 이슈가 거의 없었는데, 강서에서는 전세사기 피해가 한 다리 건너 있는 일이었다. 선거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떤 강서구 거주 피해자분은 보선 당일 차를 빼려고 건물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다 투표를 하러 간 상태라고 말씀하시더라. 그 건물 거주자 대부분이 전세사기 피해자분이었는데 그것에 대한 답답함 때문에 투표하러 가지 않았을까 전해주시더라. 이런 것들을 보면 혹자는 정치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도 정치가 정치답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검찰이 정치를 탄압하고,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보면서 진짜 이렇게까지 언론을 흔들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모든 것이 그게 선결이고 그것이 해결되면 나머지도 자연히 된다고 하는 것은 지금 이미 그 불평등이나 어떤 삶의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는 너무 멀리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최소한 그 전세 사기 피해자든 아니면 대출로 너무 삶이 어려워진 사람이든 이런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있으면서 그 문제도 풀어야 된다. 특정 문제가 제일 우선이기 때문에 그 문제만 풀면 나머지가 풀리겠다고 하는, 제가 생각할 때는 좀 안일한 생각들이 정치권에 있는 것 같다. 동시에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치적 문제가 풀려도 민생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앞으로 정치권이 어떻게 민생, 특히 주거권 문제들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제가 지난 2013년 주거권 시민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의 대표로 일할 때 전세사기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다. 전형적인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였는데, 다가구는 앞에 들어온 세입자가 어떤 형태로 계약했는지 집주인이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집주인이 월세라고 이야기하니 안전하다고 생각해 전세로 들어갔는데, 결국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10년이 지났고 이 문제는 오랫동안 알고 있던 문제다. 이러한 임대차 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개선해 보고자 노력했는데, 정치의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은 집을 살 수 있게만 만들면 다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계속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해결책이 아주 과거에는 작동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다룰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세입자가 있는 그대로 잘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에 대한 어떤 자원 분배를 균형 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에 조금은 우선순위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계속 다른 이야기를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모두가 완전히 똑같은 목소리만 낸다고 해서 대국민 설득력이 높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당과 정치가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세사기와 관련해 피해자분들이 연락 왔을 때 제때 답변을 못 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해자분들은 이미 다른 정보들을 알아볼 것을 거의 다 알아보고 또 다른 지원이 있을까 싶어서, 그리고 정보들 중 어떤 것이 정확한지 묻고자 여쭤보시는데 저나 센터에서 봉사하시는 분들도 정보를 알아보아야 하니 즉각 대답을 못드리는 경우다. 특히 전업으로 센터에 종사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보니 피해자분들께 늦게 답변드려서 죄송하다고 하면, 되려 답변 줘서 고맙다 미안하다 하시는 분들이 많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자원봉사로 함께해 주시는 약 30여분들과 진행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정보를 정리해서 조금 더 신뢰 있는 기관이 됐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 저도 개인적으로 더 성실해야 하지만 지혜롭게 자원을 당에서 잘 확보해서 나아졌으면 어떨까 이런 고민들을 한다. 어쨌든 끝까지 임대차 문제나 세입자 문제를 다루는 정치인이 한 명쯤은 있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노력의 끈은 놓지 않으려고 한다. 응원해달라.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