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친윤 반발 여전···혁신위, 해체 수순 밟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 회의에서 ‘당 지도부·중진·친윤 핵심’에 대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안(불출마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한다. 혁신위는 최근 내놓는 혁신안마다 당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존재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해당 안건에 대한 당 지도부의 수용 여부가 혁신위의 동력 회복에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0일 혁신위의 불출마 권고안 의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혁신위는 지난 3일 동일한 내용의 정치적 권고안을 지도부에 냈지만, 반응이 없자 '정식 의결'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혁신위는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사면하는 '1호 혁신안'만 받아들여졌을 뿐, 이후 제시한 혁신안이 당내 호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하면서다.
특히 혁신위가 밀어붙이고 있는 중진 및 친윤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권고안이 전혀 먹혀들지 않으면서 출범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평가다. 이미 대구 5선 주호영 의원과 '원조 친윤'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를 지키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 혁신위 출범 당시 전권을 약속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혁신위의 파격 행보에 "급발진 말라"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혁신위는 동력을 점차 잃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30일 의결될 불출마 권고안에 대한 당의 반응은 혁신위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혁신위는 불출마 권고안에 대한 당내 부정적 시선을 알고 있음에도 논의 수준을 격상해 정식 안건으로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만일 지도부가 전향적 태도 변화로 불출마 혁신안을 수용한다면 혁신위가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번에도 반응이 없을 시 혁신위가 사실상 목적을 잃고 해체 수순에 돌입할 거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당내에서는 혁신위가 불출마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하더라도 지도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김기현 1기 지도부'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유상범 의원은 지난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도부에 혁신안을 무조건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혁신위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김 대표가) 혁신의 주제에 대한 전권을 줬지만, 안건 의결을 최고위에 요청했을 때 그것을 별도로 판단하는 것은 최고위"라며 "혁신위의 의결을 최고위가 무조건 다 받아야 한다는 식의 강요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희생' 주체 중 하나인 중진 의원들의 반감 기류도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복수의 중진 의원실 관계자들은 <매일일보>에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활동하는 혁신위의 행보는 존중한다면서도 "험지 출마 및 불출마는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닌데, 그들의 스케줄에 맞춰 강요하는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설령 지도부가 혁신위의 불출마 안건을 받아들여도 중진 및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지도부 일각에선 당이 혁신안 수용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의 선배들께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대의명분을 위한 결정을 해 주실 거라 믿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와 영주, 상주 등에서 대통령실·내각 출신과 경쟁 중인 현역 의원 중 일부는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친윤계의 구심점은 약해졌다. 지난달 친 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2선으로 물러났다. 원조 친 윤인 권성동·윤한홍 의원은 윤 대통령과 멀어진 지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한동훈 위원장은 ‘윤석열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선거에는 물론 국민의힘이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현실에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수직적 당정관계에 따른 누적된 불만 등이 친윤계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