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구심 창당 가능성에 전문가 “원외인사 중심으론 한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을 연일 직격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의 날선 비판에 정가에선 이 전 대표가 '갈라설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은 이 전 대표가 창당을 결심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한다.
이 전 대표는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이 대표가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직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수십 년 동안 내부의 다양성이라든가, 당내 민주주의 같은 나름의 면역체계를 갖고 왔다"며 "그런데 그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문제가 있을 때 회복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지금 민주당이 그런 상태에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미국에서 귀국한 이 전 대표는 한동안 잠행을 이어오다, 최근 이 대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외곽 조직 '연대와 공생'이 개최한 포럼에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고,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며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 영향으로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무너졌다"고 이 대표와 그를 따르는 강성 팬덤을 직격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선 이같은 이 전 대표의 행보가 친이낙연계를 포함한 비명계의 공천 배제 가능성과 연관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민주당 총선기획단이 친명계 중심으로 꾸려지자, 비명계는 편향적 공천룰 제정을 우려했는데 이 전 대표가 나서 친명계의 움직임을 제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 전 대표의 행보가 비명계 규합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이미 신당을 준비 중이고, 이 전 대표 최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당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 참여한다는 점도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싣는다.
이러한 정황들이 합쳐져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설'이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전 대표가 신당설을 아주 부인하진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28일 취재진이 신당 창당을 묻자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이날 라디오에서도 "(신당과 관련해) 말해야 할 때는 말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이낙연계 인사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지속되고 있고, 피의자 신분의 대표가 민주당 리더십의 중심이기 때문에 국민 갈등과 분열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그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봤을 때 신당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총선이 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행보를 봤을 때 창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회의론도 존재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이 전 대표 정도의 중량감 있는 인물이 창당한다면 현역 의원이 20~30명은 따라가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은 워낙 친명세가 강하다"며 "원외 인사만을 모아서 창당하기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창당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