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실거주 의무 규제 둔촌주공 포함 4.4만가구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올해 마지막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이 이번 주 논의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3일 국회 국토위 등에 따르면 오는 6일 제4차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진행된다. 지난 11월 여야 합의로 재건축 부담금을 낮춰주는 ‘초과이익 환수법(재초환법) 개정안’과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이 국토위를 통과하면서 이달 정기국회 본회의 통과도 유력해졌다.
다만 지난 4월 정부가 실시한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 격인 실거주 의무 폐지는 국토위 법안소위 문턱에 막힌 상황이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전매제한이 풀려도 집을 팔거나 전‧월세로 내놓을 수 없어 큰 효과가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법안이 도입된 2021년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 규제를 받고 있는 아파트는 전국 66개 단지, 4만3786가구에 달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에 한해 2~5년 간 소유자가 거주하도록 강제하는 실거주 의무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지난 2월 발의된 후 지난달 29일까지 법안소위에서 5차례 논의됐으나 여야 의원들의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야당 의원들은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와 자금조달계획을 갖춘 수요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안은 그대로 두되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조건부로 예외 사항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조건부로 허용되는 예외 사항이 일반화될 수 없는 만큼 시장에 혼란을 가중할 수 있고,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열린 2차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여당 측에서는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 두더라도 수요자들이 목돈 마련할 시간을 줘 의무 이행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다음 소위로 넘어가게 됐다.
6일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처리가 무산될 경우에는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임시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이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당장 오는 2024년 초부터 전매제한이 풀리는 대단지들의 분양권 거래도 불가능하다. 소유자가 분양권을 팔더라도 그 집에 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집을 팔더라도 살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내년 1월에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과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이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다. 현재 이들 단지의 실거주 의무 기간은 2년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 하자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 5월 각 40건을 기록한 분양권 거래는 줄곧 20건을 상회했지만 지난 9월 12건으로 줄기 시작해 10월에는 4건 거래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