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투기수요 막는 데 확실한 제도" 주장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오는 6일 마지막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법률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래절벽은 물론 전매제한 완화로 이미 주택을 마련한 수요자들이 있어 시장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6일 4차 법안소위를 열고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한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이 법안은 지난 2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해 3, 4, 5월과 지난달 22일, 29일 등 총 5차례 논의를 거쳤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오는 6일 법안소위가 올해 예정된 마지막 법안소위라는 점이다. 이번 소위에서도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불발될 경우 내년 총선정국에 접어든 국회가 정상 운영되지 않아 5월 회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폐기될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갭투자 횡행과 청약 경쟁률의 완화를 명분으로 법안 통과 대신 시행령을 통해 정부가 조건부로 예외사항을 인정하는 방식의 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시행령으로 예외사항을 인정하더라도 개개인의 사정을 일반화할 수 없는 만큼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 속에 실거주 의무 폐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실거주 의무 법안은 그대로 두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수요자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의무 이행기간을 일정기간 미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변수 발생 가능성은 있다. 현장과 전문가들은 시장 혼선과 거래 절벽을 이유로 실거주 의무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024년 1월부터 전매제한이 완화되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연초 전매제한 완화 카드를 꺼내면서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금리도 많이 오르고 국회에서 법률 통과 기류가 느껴지지 않으면서 거래는 물론 문의 자체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정부가 약속했던 정책인 만큼 확신을 가지고 들어왔던 당첨자들은 불발 가능성이 나오면서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지난 3월 7건, 4월 5건, 5월 13건, 6월 21건 등이 거래됐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7월 11건, 8월 4건, 9월 2건, 10월 4건 등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자금을 마련하는 동안 전세를 놓는 수요자들도 있을 것인데, 꼭 그 집에 살아야만 실수요자로 보는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시장이 더 경직될 수 있다"며 "이미 1가구 2주택자는 8%, 3주택자는 12%까지 취득세가 올랐기 때문에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양도세와 취득세를 낮춰 부동산을 구입하기 쉽게 하고 팔기 쉽게 하면서 재산세를 올리는 차원으로 바꿔 거래는 쉽게 하고 보유는 어렵게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매제한은 완화됐는데 실거주 의무는 남아 있어 상충된 제도가 공존하기에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실거주 의무의 탄력 운영 방안 같은 매수자, 매도자가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이어 “대부분의 실수요자는 의무거주기간에 민감하진 않지만 문제는 대출 등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우 전세를 내줘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면서도 “실거주 의무는 실수요자에게 분양가 통제 등의 우대 방안을 내놓는 것에 대한 패널티이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는 아니지만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약속을 한 만큼 이를 믿고 의사결정을 한 수요자들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시 집값 상승과 갭투자 등의 편법을 감당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실거주 의무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거주 의무 자체가 잘못된 제도냐고 물어본다면 투기 수요를 막는 데 확실한 제도”라며 “금리 인하 시점이 확실치 않은 시점에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다면 변수가 발생했을 때 집값 폭등이나 갭투자가 다시 유행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