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
지난달 17일 열린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결심 공판의 최후 진술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부당합병 등을 이유로 기소된 2020년 9월부터 현재까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1심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까지 따지면 햇수로 8년째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 회장과 삼성의 운신을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4월부터 올해 11월 17일까지 부당합병 사건으로 진행된 총 106회의 공판 중 이 회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96번에 달한다. 그는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면담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모든 공판에 직접 참석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인이 매번 공판에 직접 출석해야 형사소송법 규정의 영향이다. 출장 등 일정을 잡는 경우에도 공판 일정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경영활동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을 진행해야 하는 삼성과 이를 이끌어야 하는 이 회장의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촌각을 다투는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이 회장이 일주일 이상의 장기 출장에 나서기 어렵게 만드는 족쇄가 풀리지고 않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의 지속이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경쟁 구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기에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검찰이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이 회장이 또 다시 수감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더욱이 현재 이 회장과 삼성 입장에서는 재판부가 선고에서 형량을 낮춰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 외에 취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도 없다. 선고에서는 유·무죄를 다투는데 유죄가 나오더라도 징역 3년을 초과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어서다. 이 회장이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게 하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재 삼성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말 발표한 사장단 정기 인사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유임을 통한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사장 승진 규모가 축소되는 등 '안정'을 선택한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경영환경은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시대 진입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기업의 발 빠른 대응과 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에 대한 높은 강도의 처벌이나 사법리스크의 장기화가 삼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이는 '삼성'이라는 그룹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일 수 없다. 이 회장에게 지우는 죗값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반작용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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