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도 활용한 반전 발판 마련 여부 관전포인트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롯데온이 대표이사 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전통 유통강호 롯데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인적 쇄신을 통한 반전을 모색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6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박익진 롯데온 대표이사를 발탁했다. 박 대표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대표는 맥킨지 프로젝트 매니저·부파트너, 한국씨티은행 카드사업본부 CFO·CSO,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담당 전무, ING생명 마케팅본부장 부사장, MBK 롯데카드 마케팅디지털 부사장,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 등을 지내며 역량을 쌓았다.
이처럼 박 대표가 커머스플랫폼 기업 관리 및 마케팅, 상품, 신사업 등 각종 컨설팅 노하우와 경험을 지니고 있어, 롯데온의 턴어라운드(흑자전환)와 오카도(OCADO) 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마케팅 전략 전문가로서 오카도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성과를 낼지 관전포인트다. 앞서 롯데쇼핑은 1조원을 투입해 오카도 최첨단 솔루션이 도입된 6개의 풀필먼트센터(CFC)를 국내 주요 거점에 세우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CFC 운영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상품 피킹·패킹 등 전 과정을 자동화해 차별화된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는 복안이다. 그 일환으로 부산 지역에 첫번째 CFC를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롯데온이 봉착한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부임 직후부터 박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흑자 전환이란 최대 과제를 안고 경영능력 시험대 위에 올라서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온은 2021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에 빠지며 롯데쇼핑의 ‘아픈 손가락’으로 통한다. 올 3분기 롯데온 매출이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늘고, 영업손실은 2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50억원 축소됐지만,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롯데온의 이커머스 내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며 미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온 점유율은 4.9%로 6위에 해당한다. 반면, 경쟁사들의 점유율은 쿠팡(24.5%), 네이버쇼핑(23.3%), SSG닷컴(10%), 11번가(7%) 등으로 집계됐다.
긍정적인 측면은 유통업계 최대 성수기인 4분기를 맞아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반등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온은 오는 20일까지 ‘2023 판타지 어워즈’를 열어 브랜드 총 결산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9일 주최한 ‘2023 동반성장 주간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며 파트너사와 동반성장 노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박익진 신임대표는 오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실적 전망과 관련해선 현재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고 분위기를 계속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롯데 인사에서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 8명이 퇴진하며 이를 비롯한 계열사 대표 14명이 교체됐다. 내년 3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던 나영호 롯데온 대표는 5개 분기 연속 적자폭을 줄인 데 이어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등 막판 스퍼트를 발휘해 재신임 가능성을 키웠지만, 끝내 연임에 실패해 물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