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촉구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도 美 홀로 반대
이스라엘 전적 옹호 방침에 국제사회 비판 고조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긴급조항을 발동해 의회 승인 없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한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국무부가 전날 연방 하원에 무기수출통제법(Arms Export Control Act)의 긴급조항을 발동하겠다고 통보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국무부는 "시급하게 포탄을 지원해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수출통제법은 미국 정부가 외국에 무기를 판매하기 이전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했지만, 긴급조항을 발동할 경우 승인 없이도 무기를 판매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국무부가 긴급조항을 발동한 것은 최근 바이든 정부가 예산안과 관련해 의회와 마찰을 빚는 등의 상황으로 의회 심사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발생된 인도주의적 참사 등으로 인해 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앞서 미국 연방 하원은 탱크 포탄 1만3000발을 구입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요청을 심사 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긴급조항이 발동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즉시 이스라엘에 포탄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국무부가 긴급조항을 발동해 의회 승인을 건너뛰고 중동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직 당시인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긴급조항 발동에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이든 행정부가 확고한 이스라엘 지지 입장 다지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출한 결의안 표결에서 홀로 반대표를 던져 결의안 통과를 저지시킨 바 있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 및 5개 상임이사국 중 반대표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표결에서 13개 이사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영국이 기권한 탓에, 미국의 반대표가 없었다면 결의안이 통과될 상황이었다.
미국은 결의안에 하마스의 민간인 살해에 대한 규탄 언급이 없는 점, 현 상황에서의 휴전이 하마스에게만 이득이 되는 점 등을 거부권 행사 이유로 밝혔다.
이 같은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전적인 옹호에 아랍권 및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기준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자가 1만여 명을 넘어서며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이날 미국의 결의안 반대에 대해 "인도주의 원칙과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며 미국이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희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의 루이스 샤르보노 유엔 담당 국장은 미국이 "전쟁범죄의 공모자"가 될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