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 속 공공주택 활로 기대감
"수익성 보장되면 경쟁 효과 따를 것"
전관 배제, 실효성 의문…비용 부담 숙제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독점해 온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과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LH 퇴직자를 둘러싼 전관예우 카르텔을 혁파하기 위한 방안들이 12일 전격 발표된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단 환영하는 모습이다.
다만 민간의 공공사업 응찰을 늘리기 위해 표준형 건축비 현실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와 무분별한 전관 취업 제한보다 능력 있는 퇴직자가 재취업 후 지켜야 할 명확한 가이드라인 및 제재 방안이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신규 사업의 동아줄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여건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주택 사업 확대는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현실적으로 수익성 보장이 얼마나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중견건설사 A사 관계자는 "공공주택사업은 입지 호재는 물론 주변 개발 이슈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고 미분양 물량도 공공이 매입해 민간사업보다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면서 "분양 경기 침체로 대형 토목공사 수주에 매진하는 형편에선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B사 관계자는 "민간은 무엇보다 수익성을 보고 사업에 나서지만 공공 주택 사업에 적용되는 표준형 건축비가 턱없이 낮다"며 "이를 개선하고 자재비 등 시공 원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연동제가 보장되면 민간의 공공주택 참여와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LH 등 공공에서 임대주택을 사들일 때는 정부에서 정한 표준건축비에 따라 매입가를 산정한다. 표준형 건축비는 2016년 5% 오른 후 7년 가까이 동결됐다가 지난 2월 9.8% 인상돼 1㎡(평)당 111만~123만원이 됐다. 그러나 이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 1㎡당 191만~231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최근에는 2~3년 전 주택사업 호황기 때 표준형 건축비로 공사비가 책정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등에서 시공사와 발주처(조합) 간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이 격화돼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 시장 침체가 심화될수록 고정비 위험을 줄이기 위한 민간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LH 고위직 출신 퇴직자가 있는 기업을 무조건 배제하기에 앞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기업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혜택을 늘리면 특혜 시비가 제기될 것이고 사업성이 너무 떨어지면 참여 업체가 줄어들 것"이라며 "시세보다 낮은 공공 주택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해온 만큼 향후 사업비와 공급가를 둘러싼 고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관예우 카르텔을 제지하는 건 사회적으로 타당하지만, 단순히 퇴직자를 인력으로 활용하면 안된다는 식의 접근은 맞지 않고 실효성도 낮다"며 "경험을 살려 재취업의 길을 열어 주되 윤리규정과 제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민간이 참여하는 경쟁·분산 체제에선 다양한 기업과 실력있는 전문가들의 참여로 시공 품질 개선 효과가 기대되지만, 인건비와 시스템 개선비, 공사 기간 유지 비용 등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비용 문제로 시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