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는 뒷전,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아연실색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야당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수분양자들과 전세사기 피해자, 프롭테크업계 등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오는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지난 2022년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의결될 예정이다.
이날은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키로 한 날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에는 반대하면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수분양자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상황이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임의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화하고 회원 의무가입과 지도‧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건전한 부동산거래 질서를 확립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법안은 △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격상 △회원 윤리 의무 위반 시 페널티 처분 권한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권한 부여 △개업공인중개사의 협회 가입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전세사기 문제가 확산된 것도 공인중개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데 규제가 아닌 권한 강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한공협의 설립과 협회 회원 가입에 관한 사항이 임의규정이고 협회가 회원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도‧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사기나 부정한 방법 등 무질서한 중개행위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어려움이 다수 발생해 내부 정화작용이 힘든 상황”이라며 “갈수록 중개업무가 복잡다단해져 법령으로는 시의적절하게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한공협의 법정 단체화와 회원 의무가입과 지도‧관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에 따르면 협회 미가입 개업공인중개사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법정단체로 설립된 후 6개월 이내에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고, 협회가 법안이 정한 사항에 대해 회원을 지도‧관리하는 동시에 위반 회원은 시‧도지사 및 등록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협회가 공인중개사를 직접 지도‧관리하고 징계까지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프롭테크업계에서는 직방 및 호갱노노와 같은 프롭테크 기업과 손을 잡는 공인중개사 등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이를 우려하고 있다.
한 프롭테크 기업 관계자는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가담했던 것이 협회의 힘이 약해서가 아닌데 협회에게 막강한 권력을 쥐어주면서 시장 교란을 막겠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법이 통과되면 앞서 타다금지법으로 남겼던 선례와 같이 프롭테크 시장을 위축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