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연구개발(R&D) 예산 등 첨예한 이견
민주, '자체 감액 수정안' 단독 처리 시사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한참 넘겼음에도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오는 20일 또는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과 3대 국정조사 처리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예산안 합의에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윤재옥 국민의힘·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양당 예결위 간사가 참여하는 '예산안 2+2 협의체'를 가동하고, 내년도 총예산 656조9000억원 가운데 56조9000억원 규모의 주요 항목별 증·감액 규모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러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다. 일각에선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기록을 세운 지난해 기록(12월 24일)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양당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예산안 쟁점은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연구개발(R&D)·새만금 예산 등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 권력기관의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로 1237억원을 편성한 만큼 사용 내역에 대한 철저한 소명이 있어야 승인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활비를 편성한 14개 부처가 사용처를 명확히 소명하지 않을 경우 '대폭 삭감'을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도 삭감을 벼르고 있는 예산이다. 앞서 정부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내년 ODA 예산을 올해 예산에서 2조원 늘린 6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중 상당수가 개발도상국이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에 국격에 맞는 ODA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역대급 세수결손 상황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까지 실패한 만큼 ODA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수혜 대상국이 준비가 안 된 상황 등을 고려해 9000억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반면 대폭 삭감된 R&D 예산은 1조5000억원 늘리고, 지역사랑상품권 예산(7053억원)과 3만원 청년 패스(2923억원)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새만금 예산' 역시 민주당이 증액을 고수하는 핵심 예산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라북도에 전가하기 위해 새만금 예산 80%를 삭감했다고 판단하고, 신항건설 예산 2902억원, 새만금 고속도로 등 1472억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정부 예산안을 무분별하게 삭감하고, 새만금 예산과 지역화폐 예산 등 이재명표 예산의 순증액을 요구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쟁 때문에 소중한 민생과 국민안전 예산이 발목 잡혀 제대로 진전이 없다. 정말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그는 "내가 국회 예결위원회 간사와 원내수석을 할 때는 늦어도 정기국회 내 (예산안이) 통과되도록 야당일 때 적극 협조했다"며 야당이 예산안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에서) 선심성, 현금 살포성 무리한 예산을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지도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돈이 많아서 흑자로 살림 사는 게 아니다. 상당폭의 빚을 지면서 살림살이를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고 예산안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가 불발될 경우 감액 부분만 반영한 자체 수정안의 단독 의결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시일 내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거듭 국회의 예산 심의·동의권을 무시하는 무성의한 태도로 합의가 되지 않으면, 20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예산안은 민주당의 수정안일 수밖에 없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현재까지 협상 상황을 놓고 보면 예산안은 20일이 아닌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민주당이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법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 등 3건의 국정조사 요구안 처리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가 쌍특검법과 국정조사 처리를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경우 예산안의 처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번주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변수다.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시작해 19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20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21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강정애 보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잇달아 열려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쌍특검 안 받으면 정권 몰락은 확연한 사실.
수직적 당정관계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고,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처음부터 정권의 부도덕함을 호위하기 위한 '아바타' 노릇을 한다면 정권 몰락은 말할 것도 없고 한동훈의 정치 생명까지도 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수직적 당정관계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고,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처음부터 정권의 부도덕함을 호위하기 위한 '아바타' 노릇을 한다면 정권 몰락은 말할 것도 없고 한동훈의 정치 생명까지도 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