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웃고, 석유화학·태양광 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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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웃고, 석유화학·태양광 우는 이유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12.1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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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 쿼터 부족, 정유업계 마진 상승 요인
석화 설비, 중국 중심 대량 증설…수익성 악화
수요 둔화세에 한화솔루션 공장 가동률 82%
정유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제공
정유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제공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정유업계는 시장 수요 대비 중국의 경유 수출량이 부족해 웃음을 보이고 있는 반면 석유화학·태양광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 설비 증대와 수요 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76.1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3일 종가 71.63달러에 비하면 5달러 가량 비싼 가격이 형성돼있는 셈이다.
당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높은 정제 마진과 제조·건설 활동 둔화로 재고가 늘어 글로벌 경유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달 첫째 주 기준 EU·미국·싱가포르의 경유 재고 수준은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경유 마진 하락의 원인이 재고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편 러시아는 9월부터 2개월 간 자국 내 경유 가격 안정화 차원에서 경유 수출에 대한 금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러시아의 경유 수출량은 하루 약 70만 배럴에서 9월 48만 배럴로 감소했으며, 10월에는 감소폭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11월부터 경유 수출이 다시 재개돼 글로벌 수급 상황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 쿼터 부족에 기인한 수출량 감소 가능성이 높아 등유와 경유 마진은 배럴당 각각 24달러, 20달러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때문에 향후에도 정제 마진이 높은 상태가 유지될 것인 만큼 당분간 정유업계 호실적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마무리 신호에 따라 투자 심리 개선 등으로 하락폭이 제한적"이라며 "제품 마진은 휘발유와 납사 마진이 개선돼 9%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납사 가격 하락 덕에 NCC 마진은 4주만에 반등했지만 범용 제품 대부분은 초과 공급 이어져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의 여파로 염화칼륨 수입 가격은 올해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전세계 염화칼륨 공급량의 40%를 차지해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였지만 중국이 이에 동참하지 않아 공급망 문제가 생겨나지 않아서다. 오히려 중국은 시장의 주요 참여자로 나서고 있다. 석화 설비를 대폭 늘려 공급 능력을 키워감에 따라 앞으로 수년 간 공급 과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화업계는 2025년이면 중국의 주요 기초 유분 자급률이 100%를 상회해 석화 제품 수출국 지위를 따낼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업황이 회복된다 해도 국내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틸렌 계열은 내년, 프로필렌 계열은 2025년부터 설비 증설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PVC의 경우 제한적인 증설 물량과 인도의 경제 성장 등에 힘입어 수급 개선이 점쳐지는 만큼 제품별 상이한 업황에 따른 실적 양극화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다운 사이클을 감내할 수 있는 재무 여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준이 업체별 신용도 향방에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 위주의 업체일수록 큰 폭의 실적 저하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업계 역시 웃지 못하는 형국이다. 올해 3분기 미국 태양광 설치량은 6.5기가와트(GW)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늘었지만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말 재고 축소 움직임이 확대되는 등 모듈 공급 부족은 올해 완화됐지만, 변압기와 고전압 회로 차단기에 대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프로젝트 개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녹록지 않다. 수요 둔화로 인해 모듈 판매량이 줄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1800여명에 대한 희망 퇴직을 접수했다. 국내 공장 가동률은 3분기 기준 82%로, 상반기 대비 6%p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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