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막판 절충안 제시…21일 소위 통과 변수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막판 합의를 이룰지 주목된다.
올 초 정부가 부동산 거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주택 청약 당첨자에 대한 2~5년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야당에선 갭 투자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법 개정을 줄곧 반대해 왔다.
이런 가운데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선 최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주택을 처분하기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절충안이 처음 논의된다.
지난 1년여 간 법안이 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된 데 비하면 여야 간 막판 합의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 관리에 나선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반드시 연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올해 마지막 임시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회에 당부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여러 차례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20일 열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투기도 있지만,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며 "내가 다 사서 들어갈 수 없을 때는 전세라도 끼고 뒀다가 돈을 모아서 들어가는 게 우리 사회에 있는 주거 사다리의 한 부분"이라며 실거주 의무 폐지 입장을 내놨다.
반면 야당에선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갭투자가 성행해 전세 사기를 부추기는 등 서민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전날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실거주 의무 폐지 발언에 대해 "갭투자로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발생했는데 장관 후보자의 발언은 무거울 필요가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거주 의무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검토해야 하는데 현재는 갭투자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남아있는 약 4만호의 분양가 상한제 단지를 위해서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 오히려 실거주를 목표로 한 이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거래절벽 현상은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주택법 개정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4월까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준비로 법안 처리가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내년 5월, 21대 국회가 해산하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