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산업부, 가이드북·간담회 통해 업계 지원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전환기간이 개시되면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철강업계에 부담이 더해졌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CBAM에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지난해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제도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특히 철강업은 규제 대상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탄소배출 감축의 집중 대상이 되는 등 새로운 통상 애로가 많은 상황이다.
EU CBAM은 유럽연합이 탄소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제3국의 수입제품에도 유럽연합 제품과 동등하게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국내 철강 기업들이 유럽으로 물건을 수출할 때 드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지난해 철강업계는 1년 내내 부진하며 ‘상저하저’의 모습을 보였다. 세계적인 불경기와 늘어난 중국, 일본산 공급으로 인해 철근 가격은 하락했는데 원자재 가격은 주요 생산국 파업 등으로 인해 오르면서 철강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특히 연말까지 진행된 조선업계와 후판값 협상에서 후판가격을 ‘소폭' 인하하기로 결정하는 등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더불어 유럽연합의 CBAM까지 신경 써야 해 철강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 환경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전환기간 본격 개시에 발맞춰 철강 등 수출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돕는 해설서를 제작해 보급했다.
해설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경험이 없는 기업을 위해 지난해 9월에 보급한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전환기간 이행 지침서'와 10월부터 운영 중인 도움창구에 이은 추가 지원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적용받는 6개 품목 중에 수출비중이 가장 큰 철강편을 다루고 있다.
일관제철, 전기로 공정 등 철강제품 생산공정별 배출량 산정방법과 절차를 그림과 사례를 들어 설명했고 기업 실무자들이 유사한 예시를 참조해 보다 쉽게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영석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돕기 위해 내년에는 추가적으로 현장 진단을 실시하는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의 제도 이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산업부는 지난해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철강통상 및 수입규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미-유럽연합(EU) 간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협정(GSSA) 등 철강산업을 둘러싼 현안에 대한 그동안의 대응을 공유했다.
아울러 철강업계는 업계 차원의 저탄소 및 첨단·고부가가치화 노력 현황을 설명하고,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국의 통상규제 도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다각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기업도 탄소중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기존 고로의 철스크랩 장입비율을 15%에서30%까지 확대하고, 광양제철소(2026년)와 포항제철소(2027년)에 250만톤급 대형 전기로를 각각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선재 제품에 대해 유럽의 대표적인 글로벌 환경성적표지(EPD) 중 하나인 '노르웨이 EPD'를 취득했다. EPD는 제품, 서비스의 원료 채취부터 생산, 유통,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과정에 대한 환경영향을 계량적으로 표시해 공개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CBAM 시행을 계기로 탄소중립과 저탄소 철강은 이제 국내 철강사에게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임을 우리 모두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