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사업 강화, 채널 확장, 타깃층 세분화 등 꾀할 전망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가 최근 단행된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재신임을 받은 가운데, 실적 반등이라는 중대 과제를 안고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송출수수료 상승 부담, TV시청자수 감소 등 업황 악화로 적자 먹구름을 피하지 못한 롯데홈쇼핑이 새로운 묘수를 고안해 재도약 기틀을 세울지 관심이 모아진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6일 최고경영자(CEO) 14명 교체를 비롯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는 유임되며 인사 칼바람을 피했다. 교체설도 돌았지만, 2022년 말부터 지휘봉을 잡아 재임 기간이 짧은 데다 지난해 상반기 새벽 방송중단 여파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지 못한 것도 유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벽 방송정지 처분은 김 대표가 취임하기 전에 발생한 일이다.
김 대표가 유임은 성공했지만, 마주한 홈쇼핑 환경은 만만하지 않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22년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49.4%로 확인됐다. 이는 역대 처음으로 50%를 밑돌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홈쇼핑업체가 지불한 송출 수수료 역시 1조9065억원으로 방송 매출의 65.7%에 달한다. 일종의 ‘채널 자릿세’에 해당하는 송출수수료는 매년 오름세를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TV홈쇼핑 주축 소비층인 4060세대의 TV 이탈 현상이 뚜렷한 모양새다. 2018~2022년 연령별로 ‘일상의 필수 매체’로 TV를 선정한 비율은 60대는 72.8%→52.5%, 50대 50.2%→31.8%, 40대 23.8%→9.2% 등으로 대폭 떨어졌다.
롯데홈쇼핑의 지난해 3분기 매출도 2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76억원 영업 손실까지 생겨 적자를 냈다. 업계 내 산적한 고질적인 문제들이 호전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은 데 더해 코로나19 사태와 엔데믹 국면을 거치면서 소비 행태가 파편화된 만큼, 향후 대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IP사업, 채널 확장, 타깃층 세분화 등을 꾀해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2018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 브래드인 벨리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벨리곰은 160만명 팬덤을 보유할 정도로 쇼핑몰, 문화공간 등 다양한 곳에서 전시 활동, 굿즈 판매 등을 펼치며 국내 대표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벨리곰 굿즈는 100여종에 이르며 현재까지 누적 IP 사업 매출은 200억원을 넘어섰다. 해외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만큼, 글로벌 캐릭터로서 인지도를 늘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메타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선보인 가상인간 ‘루시’도 패션 인플루언서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자동차 마케터, 홍보모델, 엔터테이너 등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TV홈쇼핑에 머무르지 않고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는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자체 유튜브 예능 채널 ‘내내스튜디오’를 활용해 누적 조회수가 1700만뷰를 돌파하는 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내내스튜디오를 즐기는 전체 시청자의 70%는 MZ세대다. 메타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선보인 가상인간 ‘루시’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본업인 홈쇼핑 사업 강화에도 힘을 주고 있다. 최근 5060세대 TV홈쇼핑 이용 회복세를 반영해 헬스케어, 뷰티 등 액티브 시니어 대상 상품 판매를 늘리며 차별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5060세대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주문건수는 3분기(7~9월) 대비 20% 올랐다. 이들의 1회 평균 주문금액은 전체 대비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앞으로도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을 통해 모바일, SNS 등 채널별 타깃을 고려한 전용 콘텐츠와 상품을 기획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