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고금리 및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로 건설업계 사업 및 거래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도 불분명한 모양새다.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살펴본 결과 지난 2023년 12월 청약 접수를 진행한 27개 단지 중 12개 단지는 1·2순위 청약 접수 물량이 전체 가구수보다 적어 미달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총 1만2080가구가 공급되고 5만6489건의 청약 통장이 접수되며 평균 경쟁률 4.6대 1을 기록했으나,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인 4개 단지를 제외하면 2.1대 1 수준이었다.
새해를 앞두고 주택 시장이 침체로 돌아서자 신축 아파트값에 영향을 받는 청약 열기도 꺾이는 양상이다.
총선이 지나면 부동산 관심이 식을 것을 우려하는 건설업체들은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고 있으나, 고분양 및 고금리 속에서 공급이 한꺼번에 몰리며 미분양 부담은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분양 물량은 약 2만7700가구로 전년 대비 16.2배 급증했다. 반면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하는 미분양전망지수는 115.7로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같은 분양 시장 침체는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실패 또는 대출 상환 지연으로 이어짐에 따라 시행·시공사들의 금융비용 및 공사미수금 증가로 연계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PF 구제는 선별적으로 진행하되 미분양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최근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진 까닭은 매출채권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사업장이 분양불로 계약했는데 여기서 미분양 물량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미분양이 늘어나고 고금리·고환율·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PF 대출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일단 미분양 물량을 줄이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된 수요 촉진책들은 정부의 추진력 부족 및 여소야대 상황으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분양권을 포함해 단기 보유한 주택의 양도세율을 완화하는 개정안의 경우 국회 계류 중으로, 올해 추진이 불확실한 상태다.
다주택자도 단기 양도세율을 70%에서 45%로 대폭 낮추고 1년 이상 중과는 아예 폐지하는 것이 골자였는데, 작년 1월 정부의 관련 대책 추진 발표 이후 1년 내내 법안 발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분양 주택이 완공될 때 납부하게 되는 취득세 또한 다주택자 중과 완화 여부를 두고 여야간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판단에 공은 원내 지도부로 넘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