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책도, 기행문도, 가이드북도 아니지만 그 모두이기도 한 폴란드 ‘이야기 책’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지구상 어느 나라든 이야깃거리 없는 나라는 없고, 그런 이야기에는 책이나 인터넷 그리고 며칠 관광으로는 알 수 없는 그 나라의 다채로운 정수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다른 나라에 자랑할 만한 특출한 인물과 고유한 문화, 어디에도 없는 특별함 그리고 숨기고 싶은 사실이 이야기 한 편 한 편에 고스란히 담긴다. 이야기로 접하면 그 나라에 더욱 깊이,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유다.
이 책은 폴란드 ‘이야기 책’이다. 평생 외교관으로 일한 저자가 폴란드에 머물면서 실제로 겪은 일, 폴란드인과 사귀면서 알게 된 뒷이야기, 한국 교민에게 직접 들은 경험담을 엮었다. 폴란드 역사서도 아니고 문화 참고서도 아니고 여행 가이드북은 더더욱 아니지만, 이 책은 그 모두이기도 하다. 폴란드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진짜’ 폴란드를 만나 보자.
- 나라를 세 번 잃고 유럽 최고 성장 신화를 쓰는 나라
- 비슷해서 흥미롭고 달라서 더 흥미로운 폴란드를 만나다
폴란드는 한국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실제로 두 나라는 망국, 분단, 냉전, 민주화, 경제 성장 등 비슷한 역사를 거쳐 왔다. 폴란드는 한때 방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유럽 최강대국이었지만 18세기 후반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에 의해 123년간 나라를 잃었다. 나치 독일의 침공으로 쑥대밭이 되기도 했고, 치열한 냉전의 한복판에서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직한 폴란드인들은 ‘콧수염’ 바웬사의 주도하에 민주화를 달성하고, 현재 유럽 최대의 경제 성장 신화를 써 나가는 중이다.
우리와 다른 점은 훨씬 더 많다. 굴곡진 역사를 지나온 만큼 폴란드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지구를 돌린’ 코페르니쿠스, ‘피아노의 시인’ 쇼팽, 세계 최초의 ‘노벨상 2관왕’ 퀴리 부인의 조국이 폴란드다. 보드카를 즐겨 마시는 이 나라 사람들은 독주의 씁쓸함을 달래려 안주로 사과 주스를 마신다. 무려 ‘스키 점프’가 국민 스포츠고, 수도 바르샤바를 인어가 세웠다는 전설이 회자되며, 정치인들이 요란한 거리 유세를 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전설부터 흥망성쇠를 거듭한 기구한 국가사까지, 복잡한 선거 방식부터 군침 도는 음식까지, 폴란드에 관한 온갖 이야기가 이 책에 빼곡히 담겨 있다.
- 유럽의 복잡한 정세부터 한국과의 희망찬 비전까지
- 폴란드를 알면 보이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
폴란드는 지리상 유럽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국토 대부분이 평지다. 자연히 서유럽의 종교와 문화, 동유럽의 언어와 생활양식이 이리저리 뒤섞였다. 폴란드를 알면 유럽도 알게 되는 까닭이 여기 있다.
폴란드는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공산권의 핵심 국가였다가, 나토와 유럽연합에 가입한 후로는 그 어느 회원국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로 다음 날 탄약을 원조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적극 돕기도 했다. 이렇듯 폴란드는 현대 유럽의 역사가 관통한 주요 무대 중 한 곳이었고, 현재 국제정치 정세에 적극 개입하면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2022년 7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국과 폴란드 사이에 대규모 방산 계약이 체결되었고, 현재 30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폴란드로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 폴란드와 현대 유럽의 역사·정치·경제·문화 지형에 대한 이해를 넘어 한국과 폴란드가 함께 그려 갈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이 책 한 권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2010년 초판에 담지 못한 ‘더하기 하나’
- 지난 13년의 이야기까지 망라한 최신의 폴란드 입문서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특별 부록’이 실려 있다. 2010년 초판이 나오기 직전 스몰렌스크 참사가 발생했다. 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를 포함해 거의 100명에 가까운 지도자들이 사망했다. 당시 저자는 카친스키 대통령이 스몰렌스크에 가야 했던 이유와 역사적 배경을 포함해 폴란드와 러시아의 피맺힌 과거와 현재에 대한 글을 부리나케 썼지만, 책이 이미 인쇄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미처 싣지 못했다. 이번 개정증보판에 실린 특별 부록은 그때 썼던 글을 현재 상황을 반영해 개정한 것이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파란만장한 관계를 심도 있게 고찰할 수 있다.
초판이 나온 지 13년이 지났으므로 폴란드 또한 그동안 여러모로 변했다. 사람들의 관심사도 많이 달라졌다. 저자가 개정증보판을 준비하면서 모든 원고를 새로 고쳐 쓴 이유다. 2022년 여자 테니스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폴란드 선수와 2023년 10월 치러진 총선에 대한 이야기부터, 폴란드 국민이 유로화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부가 에너지 수급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 중인지, 한국과의 관계는 얼마만큼 진전했는지 등 최신 이야기를 최대한 망라해 담았다. ‘바로 지금’ 폴란드의 모습 역시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전한다.
지은이 이경렬은 지금은 은퇴했지만 평생 외교관으로 일했다. 물론 폴란드에서도 근무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일이었다. 1985년에 외교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 바르샤바, 루안다 등지가 활동 공간이었다. 1962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에 곧바로 외교부에 입부했다. 자연히 외교부에서의 경력도 경제 외교 분야에 집중됐다. 예컨대 1989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창설 작업에 참여했고, 1996년 우리나라의 OECD 가입 과정에서 실무 작업을 진행했으며, 2005년부터 2년간 한미 FTA 협상 과정에도 관여했다. 그 후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으로 이동해 대사관을 창설했다. 비슈케크에서 소기의 임무를 마치고 이동해 간 곳이 바르샤바였다. 그곳에서 2010년 초에 대사관 동료들과 ≪판타스틱 폴란드≫를 공동으로 지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