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한무협, 일본 경제단체 만나 양국 산업 교류 논의
韓日 관계 개선, 대기업 및 중소기업계에 긍정적 영향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면서 양국 경제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는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고, 양국의 스타트업 육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한·미·일 정부간 협력 강화에 발맞추어 3국 경제협력체를 신설하고, 한국의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등 한‧일 경제협력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경협은 "지난해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이번 행사가 한‧일 상호 수출규제의 완전 종식 이후 처음 갖는 한일재계회의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무역협회 임직원들은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주한일본대사관에 방문해 한일 교류 및 민간 경제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해당 간담회에는 구자열 회장 등 한국무역협회 임직원들과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및 대사관 직원 등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경협, 한무협 등은 일본 관계자들과 한일 경제 동향 및 전망에 대해 공유하고, 경제계 공동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 정부는 부족한 일자리를 해결하고, 불황에 빠진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고, 해외기업의 자국 내 생산시설 유치를 적극 유도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400억엔을 투입해 연구거점을 설립할 예정인데, 일본 정부는 해당 시설에 최대 200억엔(약 1800억원)을 보조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계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사실 국내 산업은 일본 소부장 의존도가 매우 높아, 무역 면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었다. 지난 정권 당시 발발한 반일 불매 운동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고, 일본 내에서 한국 제품이 높은 인기를 얻으며 일부 부문이 일본내에서 큰 수출 성과를 거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소기업계 화장품 수출은 일본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대일 화장품 수출액은 1억5000달러로, 지난 동기 대비 18.3% 성장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일본에서 6.7% 성장하며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는 일본 시장 이해도가 높은 오영주 중기부 장관의 외교 역량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계의 일본 내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한국이 주력 산업으로 방점을 찍은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분야에 일본 또한 출사표를 내밀면서 관련 기업계에선 경쟁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및 대만 반도체 기업과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한국 입장에서는 첨단 산업에 능숙한 일본의 등장이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이미 제약 기술에서 한국과 큰 격차를 가진 일본이 바이오 생산 산업에도 뛰어들면서, 해당 분야 선두인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편, 현재 민간 기업 단계에서 양국의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두 국가 주요 정당의 외교 성향이 극단적인 만큼, 정권 교체 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의료기기 업체 P사 관계자는 “레이저 및 로봇 제품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아 사실상 대체품이 없다. 지난 한일 외교 갈등으로 사업이 위태로울 정도의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빈번한 외교 갈등으로 민간 교류까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