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근 3년간 반도체 기업에 GDP 대비 12% 투자
日정부 주도 mRNA백신 기술 확보… 韓과 격차 벌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내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업계가 수출에서 호조를 보이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 정부 지원에 힘입은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지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규모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대대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는 중이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지난해 7월 기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 거점의 건설 등에 GDP대비 0.2%정도의 보조금을 공여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계획액은 10조엔으로, GDP 대비 12%에 이른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반도체 기업의 현지 설비투자 유도가 목적으로,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 유치도 활발하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가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첨단 반도체 디바이스 시제품 라인을 만든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는데, 일본 정부는 투자액 절반인 200억엔을 보조하기로 했다. 2022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구마모토현 기쿠요초 공업단지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같은 해에는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설립됐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자동차가 필두로 소니, 덴소, 키옥시아, NTT, NEC, 소프트뱅크,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굴지의 대기업 8개사가 출자한 기업이며 일본 정부에서도 설비 투자비를 지원한다.
업계는 일본이 ‘반도체 굴기’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실추된 자국의 전자 산업 영향력을 도로 회복하려는 계획으로 분석한다. 반도체는 일본의 수많은 전자 기업들의 다양한 제품에 이용되며, 군사기술에도 필수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산업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단 방침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수출 호조에 돌입한 국내사 입장에선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국내 주력 제품인 반도체 등 IT제품이 부진에서 벗어나 전체 수출 성장세를 주도하면서, 13대 주력 품목 수출이 모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 성장에 힘입어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7.9% 증가한 6800억 달러, 무역수지 140억 달러 흑자로 예측했다.
그러나 일본의 반도체 생산능력이 급증함으로써 ‘글로벌 공급과잉’이 될 위험이 생겼다. 반도체·전자 부품의 재고가 의도치 않게 급증하면 반도체 가격이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조정이 길어지거나 투자비용 회수가 지연돼 관련 기업의 경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본은 차세대 백신 기술과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본래 일본의 제약산업은 미국 유럽 등 국가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신약 개발 역량이 앞서 있다. 따라서 국내사들은 비교적 최신 기술인 mRNA와 의약품위탁생산(CDMO) 등 일본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분야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자국 최초로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해 해당 분야에서 앞서게 됐다. 사실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업계 규모에 비해 다른 선진국들 대비 많이 늦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비판을 수용한 일본 정부는 2021년 국가 백신 개발 및 생산 전략을 채택하고, 5개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1700억엔(11억9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또 백신 연구를 위한 인적 및 재정적 지원, 신속한 규제 프로세스,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바이오 스타트업 및 투자자 유인 등을 추진했다.
반면 한국은 관련 기술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합성항원 방식의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도 개발 당시 정부로부터 당시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RNA 백신 기술 확보 여부는 공중보건의료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개발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후지필름이 제약 부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해 바이오산업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과 고객사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스위스 론자가 관련 시장 매출 중 20% 이상을 차지해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뒤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다이오신스가 상위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생산 캐파와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 후지필름다이오신스의 동향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CDMO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