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실거주 의무 폐지 등도 야당 반대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정부가 공급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규제 완화 정책들이 좀 더 세밀하고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재건축 절차 간소화 및 다주택자 세금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해당정책들은 투기 조장에 대한 대안이 없어 시장 불확실성만 키우는 데다, 이를 우려한 야당 반대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10대책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을 사실상 유명무실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안전진단 없이 일단 정비계획 수립과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등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가동하고, 안전진단은 추후 사업시행 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도록 시점을 유예한다는 것. 건축물은 지은 지 30년만 넘으면 곧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할 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안전진단 무력화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정책은 국회 통과가 필요한 사안이다. 기본적으로 해당 정책에 대해서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임시국회를 연다고 해도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규제 완화와 관련해 국회 브리핑에서 “공매도 금지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부동산 규제 완화까지 총선만 보며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포퓰리즘 폭주는 국민의 삶과 국가 살림을 망가뜨릴 뿐”이라며 “조세 정의를 해칠 뿐, 시장 안정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법도 반대입장을 고수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3주택자 취득세율을 8%에서 4%로 낮추고, 조정지역 2주택자는 중과(8%)를 폐지해 기본세율(1~3%)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안이 담긴 지방세법 개정안은 야당 반대로 1년 가까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이다. 지난 12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서 논의했으나, 야당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절차도 못 간 상황이다. 물론 여야가 1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함에 따라 합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치권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총선모드에 돌입하면 결국 해당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단지는 총 66곳, 약 4만4000가구 수준이다. 그러나 이 단지들은 실거주의무폐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분양권을 팔더라도 실거주는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경우 거래 위축 및 전셋값 상승 등 시장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에 규제 완화 법안들이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총선 이후 정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등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야당의 반대는 애초에 예고돼 있었던 만큼 정부가 확실한 비전을 갖고 반대의견을 설득한 뒤 시장에 검증된 시그널을 줬어야 했는데, 무차별식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혼란만 부추긴 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