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PI 등 인플레 반등 우려…반도체·철강 수요 회복 ‘발목’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반등, 홍해 전운(戰運) 확산 등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기업들이 당면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제유가, 해상운임 등의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다. 또 하나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결정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부진이다.
여전히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홍해 지역의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은 홍해에서 미군함을 향해 날아오던 후티 반군의 순항미사일을 격추했다. 미국과 영국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한 후티 반군에 대응한 이후 양측의 공방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 홍해 지역은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류의 10%가 통과한다.
홍해 항로가 끊기면서 해상운임은 증가세다. 지난 13일 아시아-유럽 노선의 해상 운임은 1TEU 기준으로 전주보다 8.1% 오른 310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비용 증대뿐 아니라 병목 현상까지 발생했다. 테슬라 독일공장, 볼보차 벨기에 공장은 주요 부품 조달 차질로 멈췄다.
또 다른 홍해발(發) 리스크는 국제유가 불확실성이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하는 근원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선을 넘나들고 있다. 미·영 연합군이 후티 반군을 겨냥한 공습에 나선 지난 12일에는 4% 넘게 급등했다. 영국 재무부는 이번 홍해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러한 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비용 상승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결정까지 늦출 수 있는 변수다. 미 연준은 최근 인플레이션 경로가 예상치에 부합해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동 리스크로 국제유가, 물류비 등이 오를 경우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 이미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CPI의 경우 시장전망치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12월 미 CPI는 전년대비 3.4% 올라 시장전망치 3.2%를 소폭 상회했다. 최근 몇 달간 시장전망치에 하회했거나 최소 부합했던 CPI의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면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실적 반등 기대감도 줄어든다. 이들 업종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만큼 긴축기조 조기 종료에 따른 수요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