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과 폭력 그리고 민주주의’주제로 현대사에서 발생한 전쟁·폭력과 민주주의의 연관성을 고찰하는 특집 구성
- 소설로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풀어낸 작가 현기영의 회고록 수록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재오, 이하 사업회)가 민주주의 전문 학술지 『기억과 전망』 제49호(2023년 겨울호)를 발간했다.
이번 학술지의 특집 주제는 <전쟁과 폭력 그리고 민주주의>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계기로 현대사에서 발생한 전쟁 혹은 폭력과 민주주의와의 연관성을 고찰하기 위해 구성했다. 일반논문 6편, 소설가 현기영의 회고, 기후정의에 관한 주제서평이 게재됐다.
학술지 내용가운데 시론은 김동춘의 「전쟁, 국가폭력과 민주주의」는 전쟁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국가 폭력의 희생자를 사회에 복귀시키고 치유하는 것이 진정한 전쟁 종식이며 평화의 실현이라고 지적했다.
특집은 '전쟁과 폭력 그리고 민주주의'를 주제로 임종명의 「종전/해방 직후 남조선의 반전 반파쇼 평화운동」은 해방 직후 남한에서 전개된 반전 반파쇼 평화옹호 투쟁과 1946년과 47년의 국제반전데이 기념 투쟁을 통해, 당시의 반전평화 운동이 내세운 명분과는 다르게 민족주의에 기초한 신국가 건설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정현의 「냉전이 강요한 선택: 최인훈, 훗타 요시에, 하진의 소설을 중심으로」는 한국전쟁 시기를 다룬 한국, 일본, 중국의 문학작품 3편(최인훈의 '광장(1960'), 일본 작가 훗타 요시에의 '광장의 고독(1952)', 중국계 미국 작가 하진의 '전쟁 쓰레기(2008)'를 비교 분석해 전쟁과 냉전의 기억,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한 개인에게 가한 고통을 3국이 각각 처한 상황 속에 비춰 드러냈다.
일반논문은 이영진의 「‘시민(人民)’과 ‘사민(死民)’의 사이: 마주침의 정치를 위하여」는 1970년대 초 일본에서 미나마타병을 일으킨 가해기업 젯소를 상대로 직접 보상을 요구한 운동에서 사용한 ‘원한(怨)’, ‘사민(死民)’이라는 용어가 갖는 의미를 살펴 시민과 사민의 틈새를 극복해 나간 전후 일본 사회운동의 가능성을 보았다.
최현덕의 「독일 시민사회에서 전개된 한국 민주화를 향한 연대 운동-한국연대위원회(Korea Komitee, 1977~1994)를 중심으로」는 독일과 한국 민주화운동의 관계를 도움을 주는 독일과 받는 한국이라는 제한된 시점에서 벗어나 독일 시민사회 운동의 일환으로서 한국 민주화운동, 한국 연대 운동을 전개한 한국연대위원회에 초점을 맞췄다.
천유철의 「언어의 응축과 폭발: 5·18광주민중항쟁 ‘현장’에서 산출된 시를 중심으로」는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민주수호 범시민궐기대회’에서 광주시민들이 발표한 시 2편을 ‘현장’ 속 경험 주체의 측면에 주목해 ‘현장’에서 산출된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언어로 정치적 실천을 목표로 했음을 밝혀냈다.
권혁은의 「1980년대 대공경찰조직 확대와 1987년 대공분실 개편의 성격」은 대공경찰조직의 역사를 보여준다. 1970년대부터 만들어 운영해 온 대공경찰조직이 80년대에 학생운동을 담당하는 좌경의식화분실을 설치하는 등 그 조직과 인원을 확대한 사실을 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87년 개혁에도 조직에 타격을 입지 않았고 1990년대에도 각종 시국사건과 고문, 의문사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을 밝혔다.
이창언의 「민주주의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지속가능성・민주주의 위기 극복을 위한 SDGs의 유용성」은 2015년 유엔 193개국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 채택한 새로운 의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본질을 탐구했다. 특히 SDGs와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SDGs의 세계관, 철학, 실행전략이 가진 민주주의 요소 및 그 유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오미일의 「1960~1970년대 소비협동조합운동의 일 양상: 여성단체의 소비조합과 공동구매 활동을 중심으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여성단체가 소비자보호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한 소비조합 및 공동구매클럽의 조직과 전개 양상을 규명했다. 여성단체의 경우 소비자보호운동의 일환으로 소비조합과 공동구매클럽을 결성하고 지방 지부 등을 통해 소비조합운동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평가했다.
이번 호 ‘회고’의 주인공은 소설가 현기영이다. 현기영은 4·3사건의 진실을 최초로 공론화했다고 평가되는 <순이 삼촌(1978)>의 작가로서 4·3사건 및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많은 작품을 써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죽은 이들의 영혼이 원한을 푸는 해원굿과 같다고 고백한다.
김현우는 ‘주제서평’ 「기후정의를 보는 관점과 쟁점들」에서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그리고 기후위기에서 기후정의로 이어지는 학술적 논의의 흐름을 짚어보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2002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기억과 전망』은 한국과 세계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시민사회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연구 논문을 수록해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데 기여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