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스라엘의 집단학살(genocide) 혐의를 심리 중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 중단 명령 여부에 대해 오는 26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재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더는 극심하고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도록 조처가 필요하다"며 ICJ에 이스라엘을 제소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1948년 '집단학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PPCG)'이 유엔에서 채택된 이래 이스라엘이 이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해당 협약은 집단학살을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로 행해진 행위'로 규정한다.
이번 임시조치 여부 결정은 이스라엘이 협약을 위반해 집단학살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가처분 명령이다.
남아공은 임시조치를 통해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 즉각 중단 및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강제 이주 명령 철회, 식량·의료품 보장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지난 11일에서 12일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 ICJ 법정에서 열린 공개심리에서 제노사이드 협약상 ICJ가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따라서 ICJ가 이스라엘에 전쟁 중단을 명령해도 이스라엘이 조치를 거부할 소지가 크다. 이 경우 명령을 강제 집행할 방법이 없어 실제 전쟁 중단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ICJ는 2022년 3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도 군사작전 중단 명령을 내렸지만, 러시아는 이를 무시한 바 있다.
한편 이스라엘의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을 포함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이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간곡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알현에서 "나는 중동,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그리고 고통받는 우크라이나를 생각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 특히 정치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쟁을 종식해 인간의 생명을 보호해줄 것을 간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언제나 패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유일한 승자는 무기 제조업체"라며 오는 27일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증오와 폭력의 논리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5개 아랍 국가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안의 최종 목표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골자로 한 '두 국가 해법'을 전제로,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수교 정상화·치안에 대한 공동 부담 등 기존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이스라엘을 설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