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문단의 글들 하나하나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주제를 품고 있는 책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천형이란 생(生), 노동(勞動), 무지(無智)를 의미한다. 생이란 천형의 기반구조이고, 노동은 생의 유지를 위한 고역이며, 대부분 사람들은 무지 속에서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생을 살아간다. 노동의 천형은 물질적인 것이어서 그나마 다할 수 있지만, 무지는 인식(깨달음) 없이는 헤어날 수 없으며, 생은 사(死)로서 다할 수밖에 없다.--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장국현 저자의 세 번째 출간작으로, 약 5년간 접한 모든 것에 대한 단상을 이전 작들과 동일하게 시간 순서대로 기록했다.
후반부에 주요 주제별(태어남, 죽음, 종교, 사랑, 노동)로 정리해 수록한 글들에서는 저자의 독특한 철학을 만나게 된다. 독자는 그 내용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새로운 관점에 대해 폭넓게 사유할 소재를 얻게 될 것이다.
크로이소스와 키루스와 나, 누가 내일이 있음을 확신할 것인가. -- ‘본문’ 중에서
문학이 한 잔의 따뜻한 유자차라면 철학은 한 통의 유자청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진한 물음을 던지고, 독자는 그 물음을 통해 한 번 더 자기 삶과 죽음을 돌아봄으로써 추운 인생에 한 잔의 유자차가 아니라 인생 전체에 따뜻한 온기를 줄 수 있는 유자청을 얻게 된다.
풀을 먹고 풀로 뱉어낸 글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저자의 글은 풀을 소화해 사유의 젖으로 짜낸 글이다. 상식을 초월한 사고가 담긴 글들 속에서 대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경험하고 자신에 대한 성찰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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