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갈등 증폭, ‘세계 석유 20% 통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
WTI 상승세 80달러 위협…홍해 운항 중단에 해상운임료 2배 급등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중동발(發) 고유가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친(親)이란 민병대의 공격으로 미군 37명 사상자가 발생해 미국의 본격적인 중동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홍해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까지 위협하는 중동정세 불안이 국제유가, 해상운임료 등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에서 28일(현지시간)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다. 요르단에서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최소 34명이 부상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우리는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의 본격적인 중동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동 정세는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특히 친이란 세력이 미군을 공격한 만큼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이란 경색은 호르무즈 해협 불안으로 이어져 국제유가의 폭등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산 석유·가스가 대양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로, 전 세계 석유의 20%가 통과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군 37명의 사상자 발생으로 국제유가가 아시아 시장에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근원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배럴당 7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WTI가 배럴당 78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해상운임료도 이미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6일 기준 2179.09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2위 해운사 머스크가 홍해 운항을 처음으로 중단했던 지난해 12월 15일(1093.52)보다 99.27% 오른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해상운임료 상승 곡선에 긴장하고 있다. 2020년 중반부터 2022년 초까지 해상운임료과 인플레이션 움직임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해상운임료가 역대급 고점을 찍는 가운데 인플레이션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해상운임료과 인플레이션은 하락세 또한 일치했다. 중동발 해상운임료 상승 흐름을 국내 기업들이 예사롭게 보지 않는 이유다.
실제 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일정 부분의 공급망 병목현상도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수에즈운하의 무역 거래량이 지난해 11월 이후 42% 감소했다. UNCTAD는 “홍해의 선박 공격으로 현재 지정학적인 이유와 기후 변화 때문에 지장을 받고 있는 국제 무역이 더욱 축소될 것을 염려하고 이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무역량의 80%는 해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해상 물동량의 10% 가량이 수에즈운하를 거친다. 문제는 홍해만이 물동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흑해 물동량이 감소했고, 기후변화로 담수 수위가 낮아진 파나마 운하의 물동량도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중동개입이 본격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운항마저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