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프랑스에서 여성의 임신중단권(낙태권)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작업이 '첫 관문'인 하원을 무난히 통과했다.

3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날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명시한 헌법 개정안 초안을 찬성 493표, 반대 30표로 승인했다. 하원을 통과한 개정안은 다음달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지며, 상원 통과 후 마지막 절차인 양원 합동 특별회의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는다면 헌법이 개정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헌법 개정은 대부분 의회 표결로 승인됐다. 이렇게 개헌 절차가 완료되면 프랑스는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헌법에 명시한 첫번째 국가가 된다. 다만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 공화당 의원 일부가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상원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프랑스의 이번 헌법 개정 시도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임신중단권 퇴보 흐름에 반대해 이뤄진 것이다. 1975년 임신중단죄를 폐지한 프랑스는 일반 법률로 임신중단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지난 2022년 미국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지한 것을 비롯해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도 임신중단권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이어지자 헌법 명시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여성의 임신중단권 헌법 명시를 공약했다. 마크롱 정부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양원 특별 합동 회의를 열고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