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고금리 장기화에 가계·기업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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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고금리 장기화에 가계·기업 ‘비명’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2.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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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도 한은도 물가 '마지막 고비' 걱정..."긴축 좀 더"
韓 금리인하 빨라야 3분기...“체감경기 더 얼어붙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불식시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될 전망이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불식시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될 전망이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월 31일(현지시간)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은행 역시 당분간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두 나라 중앙은행 모두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고비에서 너무 일찍 긴축 기조를 풀었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되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연준은 1월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여전히 한국(3.50%)보다는 2.00%p 높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 진전에 고무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는 승리를 선언할 시점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연속되는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3월 조기 인하 가능성 관련 질문에도 "두고 봐야겠지만 FOMC가 3월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할 만큼)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연준의 네 차례 연속 금리 동결과 파월 발언 등으로 미뤄 한은도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9연속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1일 열린 새해 첫 금통위 통방 회의 의사록을 보면, 현재 금통위원들도 대부분 연준과 마찬가지로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11일 동결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연준의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유가 안정 여부, 소비가 경기 예측대로 갈지, 무엇보다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봐야 한다"며 "적어도 6개월 이상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이나 미국 연준이나 조기 인하에 선을 긋는 것은, 피벗을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물가가 다시 뛰는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고물가 시기의 라스트 마일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한 경우가 다수"라며 미국(1973년), 프랑스(1974년), 그리스(1973년), 덴마크(1973년) 등의 사례를 제시됐다. 상당수 경제·금융 전문가들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 이후로 보고 있다. 연준의 동향 등으로 미뤄 미국의 피벗이 일러야 5월 또는 6월에나 가능하고, 한은은 연준의 인하를 확인한 뒤에야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올해 4분기에나 물가가 잡힐 것으로 보이는데다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옅어지면서 가계와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실제 고금리가 길어지며 소비여력이 쪼그라든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민간소비가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불변가격·전년 동기 대비) 0.2%로 사실상 제자리걸음하며 6·4분기 만에 주요 7개국(G7)의 민간소비 증가율(1.2%)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4·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코로나19 충격이 최고조였던 2020년 4·4분기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은 연체율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부실 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도 1년 만에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때 각종 정책자금 등으로 버텨오던 이들이 추가로 빚을 내며 버티다 못해 하나둘 연체와 파산의 늪으로 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46%로 전월 0.43%에 비해 0.03%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기(0.27%)와 비교하면 0.19%포인트 오른 수치로 2019년 11월(0.48%)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오전 관계기관 합동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이번 FOMC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주요국 금리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부동산 PF 등 대내외 잠재 리스크 요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취약부문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필요시에는 관계기관 공조 하에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적기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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