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유럽·지중해 노선 임시 선박 긴급투입 수출 기여
‘15조원’ 중장기 전략도…벌크선 확대·친환경 선단 구성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이 매각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매각 협상은 상당 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HMM은 홍해발(發) 불확실성 속에서 중·장기적 전략 아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15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에 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국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 돌파에 나선다.
HMM은 2022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간 15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HMM은 벌크선 보유량 확대를 통해 컨테이너선 매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HMM 전체 매출에서 컨테이너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93.12%다. 반면 벌크선 비율은 5.89%다. HMM은 2021년 기준 29척에서 2026년까지 55척으로 벌크선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HMM이 지난해 상반기 독일 올덴도르프 캐리어스가 보유하던 대형 벌크선 뉴캐슬맥스를 600억원에 인수했다.
또한 HMM은 기존의 컨테이너선은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친환경 선단 구성에 나선다. 2025년까지 전체 선박의 80%를 친환경 선대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120만TEU 친환경 선대를 확보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HMM 중·장기 투자에 힘을 보태는 인수자가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의 경쟁력이 우리나라 해운업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 경제구조인 우리나라에서 국가 해운 경쟁력은 빼놓을 수 없다. 산업계 수출은 대부분은 해상을 통해 이뤄진다.
해상 무역은 전 세계 무역의 80%(금액 기준)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해상 무역길을 오가는 컨테이너의 62%는 아시아 및 유럽 5개 기업이 운송하고 있다. HMM은 글로벌 8위 해운사다.
최근 해상 무역은 지정학 리스크에 맞물려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2021년 코로나 봉쇄 이후 해운 경색과 2022년 흑해 곡물 공급 차질이 거론되고 있다. 당시 SCFI가 최대 5000을 찍을 정도로 해상 운임료는 유래 없이 치솟았다. 최근엔 홍해발 지정학 리스크로 SCFI는 2000대를 넘어섰다. 국내 산업계가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해운업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이유다.
실제 HMM은 지난달 국내 수출기업들의 유럽향 수출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유럽·지중해 노선에 임시 선박을 긴급 투입 결정을 내렸다. 통상 아시아에서 유럽·지중해로 향하는 선박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데,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수에즈 항로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해 글로벌 선사의 선박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운항일수가 기존 대비 15일(왕복 기준) 이상 늘어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HMM 관계자는 “별도의 여유 선박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 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노선의 선박을 재배치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임시 선박 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