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이름은 송은영, 나는 초등학교 3학년·6학년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마흔여섯의 워킹맘 경찰관이다
좋은땅출판사가 펴낸 신간 소설 『더 데이 - 어느 여경의 하루』는 112신고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워킹맘 은영의 하루를 시간적 순서대로 보여 주는 소설이다. 은영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침 출근을 하며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을 겪게 된다. 나이가 들어 그런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 은영은 출근 후 각종 신고 접수와 사건사고들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오후에는 건강검진 결과를 듣기 위해 반차를 쓴 후 남편과 병원에 가게 되는데, 의사에게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워킹맘처지와 경찰관의 힘든하루 담아내
이 책은 주인공 은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이들에게 직접 차려 준 따끈한 밥 대신 시리얼과 우유를 부어 주며 미안해하는 워킹맘의 처지와 경찰관이라는 특수한 직업 환경에서 오는 사건사고들을 통해 은영이 얼마나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 “그래, 사람이 완벽할 순 없는 거야. 다 잘하려고 하는 건 욕심이지. 그래서 이래저래 많은 걸 내려놓고 타협안, 절충안을 찾았다. 그게 분식데이, 김밥데이, 라면데이인 거다. 한창 크는 애들 그렇게 먹인다고 누군가는 나를 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면 나도 워킹맘 안 하고 싶다.” --책 속에서 -
특히 이 같은 은영의 독백을 통해 일을 하는 엄마라 아이들을 잘 챙겨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은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경찰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작중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 문제들이 등장한다.
주취자를 제압하던 중 발이 꼬여 스스로 넘어진 주취자가 경찰을 고소한 사건, 일명 ‘경찰로또’ 사건과 요즈음 가장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 등 다양한 사건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경찰관 송은영으로서 경찰의 처우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이 책에 드러난다.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 직업을 물으면 그냥 공무원이라며 소심하게 말꼬리를 흐리게 된다는 은영의 말은 대한민국에서 경찰이라는 직업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누군가는 ‘견찰’이라며 비꼴지라도 오늘도 힘겹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경찰관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타인의 하루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하루를 이해해 보고자 조금이라도 노력하려는 그 자세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하루를 살아 낸 세상 모든 은영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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