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시대의 기억과 몸짓을 누비는 미술사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지를 제대로 읽고 이해할 방법을 모른다. 그저 이미지 데이터의 급류에 휩쓸릴 뿐이다.
‘이미지학’의 창시자 아비 바르부르크의 사유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바르부르크는 대표적 기억 매체인 이미지를 연구해 “후세가 비극에 저항할 자기의식을 갖도록 돕겠다는” 포부를 내비치면서 균형과 절제, 거리두기를 함의하는 능동적 이미지 읽기 방식을 제안한다.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1866∼1929)는 독일의 미술사학자. 도상학, 문화학의 선구자이자 이미지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1866년 6월 13일 독일 함부르크의 은행가 가문에서 태어나 본, 스트라스부르, 피렌체 등에서 고고학과 미술사를 공부했다.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과 <봄>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래 르네상스 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고대부터 이어진 인간의 몸짓 표현을 연구했으며 1896년 미국을 방문해 약 1년간 머무르며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의 문화를 인류학적으로 고찰했다.
방대한 사료와 책을 수집한 장서가로서 바르부르크문화학도서관을 건립해 강연과 전시 활동을 전개했고 조현병으로 인한 요양원 체류 이후 자신의 연구를 총망라한 이미지 자료 모음인 <이미지 아틀라스 므네모시네> 패널을 구성했다. 1929년 10월 26일 갑작스러운 심장 마비로 생을 마감하면서 <이미지 아틀라스 므네모시네>는 미완의 프로젝트로 남았다. 바르부르크 사후 바르부르크문화학도서관이 소장한 자료는 나치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옮겨져 런던대학교 부설 바르부르크연구소의 토대가 되었고, 독일 통일 이후 함부르크에서는 과거 바르부르크문화학도서관이 위치했던 건물이 바르부르크하우스로 복원되어 바르부르크의 학문 세계와 탐구 정신을 이어 가고 있다. 지은이 김보라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초빙교수다. 독어독문학과 예술학을 전공한 후 이미지와 기억, 매체 확장, 이미지 생태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 <입장들>, <크라프트베어크2019: 호모 심비우스> 기획에 참여했으며 2021년 호반문화재단 H아트랩 1기 입주이론가로 선정된 바 있다. 주요 논문으로 “세계극장: 아비 바르부르크의 문화이론에 나타난 퍼포먼스 패러다임”(2020), “디지털 미디어 시대 회화의 확장에 대한 고찰”(2019)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아트폼스≫(공역, 2016), ≪미디어비평용어21≫(공역, 2015),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공역, 2013), ≪개념미술≫(2008), ≪바실리 칸딘스키≫(2007) 등이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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