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헤지 구조...미국 ETF가 더 나을 수 있어”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최근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일학개미’(일본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가 연초부터 가장 많이 매집한 종목은 하락세를 지속하며 연저점을 찍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상장지수펀드(ETF) 1억5637만달러(한화 약 2084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이 상품은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이었다. 다음으로 △‘아이셰어즈 7~10년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1223만달러) △도쿄전력(359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20년물 ETF는 2위인 7~10년에 비해 순매수액이 10배 넘게 차이 날 정도로 일학 개미의 사랑을 받았다. 이 상품은 엔화로 미국 국채 장기물에 투자한다. 엔화절상과 미국 장기 국채의 시장 가치 상승(금리 하락)에 동시에 베팅할 수 있어 지난 한해 전체 순매수 결제액의 70% 가량을 차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조만간 마무리돼 엔화가 강세를 띌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투자 성과는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2일 도쿄거래소에서 1252엔으로 장을 마치여 연저점을 찍었다. 올해 초 1353.00엔이었고 이후 대체로 우하향했다는 점에 미뤄보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이 상품에 투자한 이들은 거의 대부분 현재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환 헤지 비용은 양국 간 금리차가 반영돼 5% 가량”이라며 “4∼5% 환 헤지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채권 가격이 그 이상으로 올라갈 거라는 전망이 있다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은혜·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롤오버 등 지속적인 헤지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등 엔·달러 헤지 구조 때문에 유사한 기초자산을 가진 미국 ETF와 성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비용 축적으로 두 펀드 간 성과 격차가 벌어져 장기 투자 시 해당 비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엔화도 이달 들어 다시 떨어지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연초 100엔당 920원에 가까웠으나 엔저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다시 800원대로 떨어졌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엔화를 산 이후 가격이 떨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