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대만해협 등 해양 지정학 리스크 확대
中 해양 굴기에 긴장한 美, 韓 조선사 주목
한화오션·HD현대重, 美 MRO 협력 가능성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한화·HD현대가 함정 사업을 강화하며 우리나라의 해양력(Sea Power)을 높인다. 바다를 둘러싼 패권 다툼이 심화되면서 각국의 해양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이 함정 사업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해양 운송은 금액 기준 글로벌 무역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지정학 분쟁의 중심에는 바다가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홍해, 미국-이란의 긴장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립도 대만해협의 지배력이 관건이다.
문제는 미국과 해양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다. 중국의 해양 굴기는 조선업과 해군력으로 대표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상업용 선박 생산 점유율은 2020년 38%, 2021년 42%, 2022년 48%로 급격히 올라갔다. 반면 미국 조선소는 정부가 발주한 군함·잠수함 등의 군용 선박만 건조하는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함정 보유수에서도 중국(370척)은 미국(292척)을 앞질렀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조선산업은 실질적으로 한국과 일본뿐이다. 전 세계 선박의 93%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건조된다. 미국이 국내 조선사를 주목하는 이유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국내에서 함정을 만드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의 전날 직접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와 한화·HD현대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운용 중인 해군 전력의 유지보수에 대해 거리적인 어려움과 비용 문제 등을 느끼고 우수한 함정기술과 설비를 보유한 우방국에 함정 MRO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델 토로 장관은 “아시아 전역에서 미국 해군함정 수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 토로 장관은 한화오션을 방문, 권혁웅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함정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건조 중인 대한민국 최신예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화오션은 국내 업계 최초로 MRO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기술이전 및 근접지원센터 등을 포함한 종합 MRO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해외기업과의 적극적 기술협력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장보고-I, II급 창정비 24척, 장보고-I급 성능개량 3척을 수행했으며,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의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중이다.
델 토로 장관은 HD현대중공업도 찾아왔다. HD현대중공업은 전날 군사기밀 유출 혐의와 관련 방위사업청 제재가 사업 입찰 참가제한이 아닌 ‘행정지도’에 그쳐 구사일생했다. 사업 입찰 참가제한 제재가 내려질 경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뿐 아니라 해외 함정 수출사업까지 지대한 영향력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직접 델 토로 장관과 만나 회사의 함정 사업 현황과 기술력을 직접 소개하고,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델 토로 장관은 세계 1위 HD현대중공업 조선 야드를 둘러본 후 함정을 건조하는 특수선 야드를 방문했다. 특수선 야드에서 올해 인도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우리나라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과 신형 호위함 ‘충남함’ 등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하고 있는 주요 함정을 살펴봤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를 위한 자격인 MSRA를 신청했고, 올 초 야드 실사까지 마쳤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2년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며 국내 함정 건조 업체 최초로 해외 MRO 사업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