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코스피 4년→2년·코스닥 3심→2심제 검토
“좀비기업 퇴출...PER 등 시장 전체 가치 높아질 것”
“좀비기업 퇴출...PER 등 시장 전체 가치 높아질 것”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금융당국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기간과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잔류하면서 발생하는 폐해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3일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부여하는 개선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코스닥 상장사 심사는 현행 3심제에서 한 단계를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스피는 개선기간 4년이 너무 길어 이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코스닥시장은 절차를 축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상장폐지 절차 단축뿐만 아니라 상장폐지 요건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상장 기업도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거래소 퇴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주주환원과 관련한 특정 지표를 만들어 그 지표에 미달했을 경우에 대한 연구 단계의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거래소 규정을 보면 △상장사에 자본잠식 △매출액 미달 △횡령 및 배임·영업정지 등 시장거래에 부적합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실질 심사는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 상장공시위원회 등 2심제로, 코스닥시장에서 실질 심사는 기업심사위원회, 1차 시장위원회, 2차 시장위원회 등 3심제로 진행된다. 기심위는 심의·의결을 통해 상장유지나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한다. 개선기간은 최대 1년 부여되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추가로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할 수 있다. 기심위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상장사는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장공시위원회가, 코스닥시장에서는 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를 다시 결정한다. 상장공시위원회는 추가로 최대 2년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어 코스피 상장사는 최장 4년간 개선기간을 받을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선기간 부여가 총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개선 기간이 부여되거나 소송이 제기될 경우 등 상장폐지 절차가 더 추가될 수 있어 기간은 그만큼 길어진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좀비기업’들에 대한 상장폐지 기간이 늘어나면서 주가조작 세력이나 기업 사냥꾼의 타깃이 될 기업들이 시장에 잔류해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 투자자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좀비 기업이 적극적으로 퇴출당하면, 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올라가면서 시장 전체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받아 온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완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특히 앞으로 상장폐지 요건에 주주환원 관련 지표가 추가되면 사실상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로 기능할 수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