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투기 세력 유입 방지책 강구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아파트 매매 시세 하락과 전세가격 상승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도 다시 늘고 있다. 전세가율 상한제와 에스크로(Escrow·대금 예치) 등을 통해 무자본 갭투기 세력 차단과 전세사기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전국적으로 갭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화성시(147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147건) △경남 김해시(132건) △충남 아산시(127건) △인천 서구(125건) △서울 노원구(73건) △서울 송파구(60건) △서울 강동구(59건) 등 전국적인 증가세다.
갭투자란 매매 계약 직후(3개월 이내)에 해당 가구에서 임대 목적으로 전·월세가 체결되는 것을 말한다.
6개월간 갭투자가 급증한 이들 지역은 우수한 정주여건으로 거주 수요가 꾸준하고 몇 년전 집값 상승기에 집값이 급등했다가 고금리 여파로 집값이 다시 빠진 곳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면서 투자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수요와 전세를 끼고 미리 집을 사놓는 실수요가 함께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줄어든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로 인해 갭투자가 늘면서 '무자본 갭투기'에 따른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2년 여간 매매 시세 급락에 따른 전세금 미반환 사태는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와 매매 간 가격차가 좁아지면 갭투자·깡통전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택시장이 위축된 지방에서 전세가율이 높게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갭투자 등 투자수요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깡통전세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 상한제와 에스크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전세가율 상한제란 전세사기 사례가 집중되는 원룸·오피스텔·빌라 등의 전세 보증금이 시세의 일정 수준(70% 등)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집주인의 자기 자본 비율을 명시해 '무자본 갭투기'를 막는 것이다.
에스크로는 중립적인 제3자가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재산·서류 일체를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 시점까지 관리하는 서비스다. 부동산 계약과 무관한 제3자가 거래 대금과 권리를 담보 후, 계약조건이 충실히 이행되면 매매대금은 매도인에게, 소유권은 매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김진유 한국주택학회장은 "전세사기 피해 막기 위해서는 전세 등기 의무화 또는 전세가율 상한제, 전세권 설정 의무화 및 부동산 중개인 책임 강화 등 획기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전세보증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는 방안(에스크로)은 어떠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전세를 새로 얻을 때 공인중개사가 채권관계·전세사기 가능성 등을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