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환영 행사 예정…'로 대 웨이드 폐기' 美와 비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프랑스 의회가 4일(현지시간) 여성의 임신중단권(낙태권)을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헌법상 임신중단을 보장하는 국가는 프랑스가 세계 최초다.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이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양원 전체 의원 925명 가운데 902명이 참석한 가운데 헌법 개정안을 표결했다. 그 결과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개헌안이 가결됐다. 개헌 반대 의사를 표현했던 제라르 라셰 상원 의장 등 50명은 기권했다.
의결 정족수인 5분의 3 이상보다 훨씬 높은 득표를 받아 개헌안이 통과하며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다만 프랑스는 1975년부터 임신중단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없다.
이번 프랑스의 개헌 투표는 지난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함으로써 촉발됐다. 미국의 여성 인권 후퇴 물결이 자국 내로 번질 것을 우려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했다.
11월 하원에서 첫 발의된 임신중단 '권리'를 명시한 개헌안은 보수당 우위 상원의 반대로 통과가 실패됐으나, '권리'를 '자유'로 변경함으로써 상·하원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 이번 개정에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투표 결과 발표에 대해 SNS를 통해 "프랑스의 긍지, 보편적인 호소(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개헌 기념식을 공식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