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8조원 규모의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둘러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쟁이 ‘법적 갈등’으로 번졌다. "군사기밀에 임원이 개입했다"는 한화오션의 주장과 "억지 주장으로 짜깁기하는 것"이라는 HD현대중공업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이 KDDX 수주를 위해 입찰 직전에 여론 몰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KDDX는 경쟁입찰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한화오션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고발한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게 제출했다. 이어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KDDX 사업 기밀 유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화오션은 설명회에서 판결문, 정보공개, 형사기록 등을 내세우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관련 기밀 유출이 ‘범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수년간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임원 개입 가능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근거없는 짜깁기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또한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미 해당 사건으로 인해 1.8점의 감점을 받고 있는 것도 충분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정 입찰은 대부분 소수점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1.8은 작은 숫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감점 발생 이전엔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수주 경쟁에서 앞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방위사업관리규정 제89조 제2항에 따르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선도함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고발 등의 행보는 HD현대중공업의 상세설계 계약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측은 "사익이 아닌 국가안보를 위한 길"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시기상으로 HD현대중공업을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진실 공방전이 오가고 있지만 올 하반기 KDDX 입찰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의 추가적인 위법 등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날 경우 재심의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전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사의 임원 개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 또한 없다"며 "재심의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판 여부와 상관없이 수주는 진행되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의 입찰을 제한해도 집행정지를 신청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HD현대중공업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축적한 함정 건조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K-방산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