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은 대선 출마 막혀···경쟁 후보 사실상 들러리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러시아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향후 6년간 러시아를 이끌 지도자로 누가 선출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직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5선 도전을 위해 출마했는데,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어 '무난한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12일 복수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15~17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 출마해 다른 후보들과 경쟁한다. 현재까지 푸틴 대통령 외에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의 출마가 확정됐다.
하지만 이들 모두 친(親)정부 성향으로, 사실상 '푸틴 당선'의 들러리가 될 공산이 크다. 이들과의 경쟁은 푸틴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됐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다.
러시아는 대선에서 결선 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15~17일 열리는 1차 선거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3주 후인 다음 달 7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최종 승리한 후보는 5월 7일 취임한다.
러시아 현지에서 푸틴 대통령의 5선 집권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2022년 2월부터 시작한 대(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으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지만,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는 굳건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민간 여론조사업체인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푸틴의 평균 지지율은 82.08%에 달했다. 결선 투표 없는 당선이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8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현지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친정부 성향인 러시아여론조사센터 브치옴(VTsIOM)은 사회문제연구소(EISR)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다가오는 대선의 예상 투표율은 71%고, 푸틴 대통령의 득표 예상치는 8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 당선 예측은 그를 견제할 만한 정치적 대항마도, 두드러지는 대선 경쟁 후보도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푸틴 대통령의 오랜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달 수감 도중 사망했다. 이후 다양한 추측·의혹과 반(反)정부 여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반정부 여론을 집결할 야권 인사가 없어 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 다음으로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됐던 보리스 나데즈딘은 러시아 대법원으로부터 출마 불가 판결을 받았고, 또 다른 유력 경쟁자인 언론인 예카테리나 둔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중앙 선거관리위원회 서류 접수 단계에서 거부당했다.
이번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과 경쟁하는 후보들은 미미한 지지율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공산당의 하리토노프와 새로운사람들당의 다반코프가 나란히 예상 득표율 6%를 기록했고, LDPR의 슬루츠키의 예상 득표율도 5%에 머물러 있다.
2000·2004·2012·2018년 대선 승리 이력이 있는 푸틴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할 시 5선 고지를 밟게 된다. 그의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긴장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